
정부가 21일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하면서 다섯번째 매각시도가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1일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기존의 경영권 지분 매각방식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추가로 도입해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및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그동안 수요 점검 결과 경영권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시장 여건을 감안해 과점 주주 매각 방식을 공론화해 많은 수요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매각에 매달려 실패를 거듭해온 기존 방식에서 방향을 틀어 지분 30~40%를 분산매각하는 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사겠다는 수요자가 없는데도 정부가 그동안 경영권 매각방식을 고집해온 것은 법률까지 제정해 스스로 발목을 잡아온 '민영화 원칙' 때문이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금융지주법 부칙 제 6조에 따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토록 되어 있다.
경영권 매각방식은 우리은행 민영화 원칙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연계돼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을 통해 회수해야하는 공적자금은 약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최소한 주당 1만3000원은 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손실분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해 그동안 경영권 지분 매각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네번이나 실패한데다 현재도 굳이 웃돈까지 줘가며 우리은행 경영권을 사겠다는 곳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다.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분산매각 방식이 추가된 만큼 관건은 '조기 민영화' 달성여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가격만 맞다면 10% 미만의 지분 정도는 매입할 곳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경영권도 없는 지분을 누가 사겠느냐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과점주주 방식이 공적자금 회수를 가능하게 하면서 매각을 진행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과점주주 방식이라는 게 돈은 투자하고 의결권은 약하다보니 사실상 매력이 없다"며 "또 과점주주간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 은행 경영권이 불안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결국 수요다. 어떤 방식을 택하건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물건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은행은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정부가 대주주인 상황이 15년째 이어지면서 관치금융과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광구 현 은행장의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논란에서 보듯 경영진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 문제가 반복되고, 수천억원대의 도쿄지점 불법대출, CJ비자금 사건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대내외적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의 주가가 신한금융이나 KB금융, 하나금융 등 경쟁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가 이런 내적가치를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은행 민영화는 매각 방식의 문제가 아니고, 수요가 전혀 없는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지금은 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