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건설경기가 2020년을 기점으로 6년째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건설업계가 1990년대 이후 세 번째 ‘구조적 조정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해도 경기 변동에 따른 단순 하강 국면이 아닌 ‘L자형 침체’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의 깊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위기감이 짙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올해 건설투자가 2%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라며 온전한 반등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8일 발간한 ‘RICON 건설 BRIEF(12월호)’에 따르면 향후 건설투자는 연평균 0∼1% 수준의 저성장 기조가 (固着化)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약 9% 급감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투자가 지난 2021년부터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조정을 넘어 심각한 장기침체 국면으로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건설업계의 장기 침체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3차 조정기’로 규정했다. ‘1차 조정기’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차 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요 요인으로 외부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과거 ‘1차 조정기’인 IMF 외환위기 때는 ‘V자형 급반등’을 이뤄냈다. ‘2차 조정기’인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U자형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3차 조정기’는 성장 동력 자체가 고갈되어 회복의 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건설투자는 263조 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이라며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폭을 기록하고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 264조 원보다 약 2% 증가한 269조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투자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건축 시장의 회복 여부와 지방 경기 활성화가 건설경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했고, 많은 일자리로 노동자가 삶을 지탱하게 했으며, 안전한 보금자리 제공으로 시민들의 일상을 지탱해 왔다. 건설업의 생산 유발효과는 1.970으로 제조업 1.973과 거의 비슷한 수치로 전 산업 평균 1.804보다 높다. 건설업은 제조업만큼 전후방 생산 유발 효과가 높아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기간산업이다. 건설업의 취업자 규모는 전 산업에서 5번째 규모이고, 산업의 최종 수요 10억 원 발생 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인 취업유발계수는 10.5명으로 전 산업 평균 9.7명보다 높다. 문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발주자·공종·지역·기업 규모 전반에 걸친 ‘K자형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체 건설 수주 중 민간 부문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나 공사비 인상 등의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고,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종합적인 구조 개편 없이는 건설경기 침체와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 부작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의 위기는 개별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올해 1월 71.2를 기록했다. 기준선 100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 12월 CBSI 역시 77.2에 그쳐 침체가 장기화(長期化)하고 있다. CBSI가 장기간 낮게 유지된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수주–착공–기성–고용으로 이어지는 산업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중소·전문건설업체의 경우 공사비 인상, 안전 규제 강화, 금융 조달 부담이 동시에 누적되며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월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연간 건설업 취업자는 19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만 5,000명(-6.1%)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 폭은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도 동기 대비 14만 6,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영향으로 27만 8,000명이 감소했던 1999년 상반기 이후 최대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건설 전문기관들이 발표한 2026년 건설시장 전망에 따르면 수주와 투자는 소폭 증가하나, 실질적인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표면적으로는 건설 수주가 소폭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공사비 상승효과(Synergy effect)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금액 기준 건설 수주는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231조 2,000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물가 상승을 제거한 실질 수주는 정체 혹은 감소 국면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양극화’가 고착화(固着化)할 우려가 더욱 크다. 우선 발주자별 ‘양극화(兩極化)’ 문제다. 현재 민간 부문이 전체 건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극심한 상태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건설 수주의 발주자별 비중을 보면 ▷민간 부문 71.9%, ▷공공부문 26.0%, ▷민자 2.1% 등으로 집계됐다. 민간 부문 수주가 공공부문 수주의 3배 가까이 된다. 공종(工種) 별로도 건축 부문에서 수도권과 핵심지 위주로만 사업이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지방과 비핵심 지역은 착공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민간 주택 건설은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회복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이는 건설업 전반의 고용과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은 '똘똘한 한 채' 수요와 인구 집중으로 비교적 견조(堅調)한 흐름을 보이는 데 반면에 지방은 미분양 누적과 착공 감소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렇기에 지방 건설경기 부진은 단순히 주택시장 문제를 넘어 지역 고용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지역경제 전반을 약화(弱化)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도 뚜렷하다. 대형 건설사는 해외 건설 인프라, 원전, 에너지 전환,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데 반해, 중소·전문건설업체는 자금 조달과 수익성 악화로 도산·폐업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로 인한 전문가들은 올해 건설경기를 완연한 ‘회복기’라기보다 침체를 견디며 구조를 재편하는 ‘전환기’로 보고 있다. ‘L자형 침체’ 속에서 수도권·대형사 중심의 회복과 지방·중소 중심의 부진이 병존하는 ‘K자형 구조’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PF 정상화 속도 제고, ▷공사비 조정 제도 개선, ▷지방 미분양 해소, ▷중소 건설사 유동성 지원 및 기술 전환, ▷공공 발주 신속 집행 등이 전문가들의 해법이다. 특히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 건설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집약한다.
건설경기 침체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세계 경제 상황과 공사비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김명수 교수는 “국내 건설경기는 상당히 침체 상태”라며 “여러 가지 세계 경제 침체 요소들에 영향을 받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위기로 공사비가 급증했는데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면서 일감은 줄어들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듯 올해 건설투자의 2%대 회복 전망은 분명 회복의 신호지만, 반등의 시작이라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공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민간과 지방, 중소 건설업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구조 개편 없이는 건설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 증가율이 중소기업 종사자의 증가율을 앞지르면서 일자리 소득이 ‘K자형’으로 더욱 벌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23일 발표한 ‘2024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평균 임금은 대기업 613만 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한 데 반해, 중소기업 307만 원으로 3.0%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어 월평균 소득은 그 차이가 2배에 달했다. 임금 격차는 자산 격차로 이어져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다시 한번 극명(克明)하게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은 대기업 근로자의 반토막 수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인 375만 원과 비교해도 68만 원이나 적다. 2022년부터 좁아지던 대기업·중소기업 소득 격차는 3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2021년에 대기업 근로자의 47.2% 수준이던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은 2023년 50.2%까지 개선됐다가 2024년에는 50.0%로 되밀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20대는 대기업 351만 원, 중소기업 230만 원으로 임금 차이가 121만 원이었지만, 그 차이는 30대 244만 원, 40대 393만 원, 50대 456만 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사회 초년생 때 직장 선택이 평생 임금 격차로 굳어지다 보니,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전체 고용의 10% 남짓에 불과한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실망한 나머지 실의에 빠진 채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대신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46만 9,000명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커진 데는 대기업의 높은 초봉과 연공형 임금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대기업 대졸 초임은 일본보다 41.3% 많다. 반면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임금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금융산업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여도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사차원의 ‘넘사벽’이자‘그림의 떡’일 뿐이다.
높은 실적을 올린 대기업 근로자들이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문제가 안 된다. 다만 강성 노조가 장악한 경직된 노동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귀족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휘둘리는 대기업이 가파른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비용을 하청(下請) 업체에 전가하여 부담을 가중(加重)하면 중소기업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직원 처우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규 채용이 부담스러워진 대기업은 경력 중심으로 신규 채용 문턱을 높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엔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중소기업은 근로조건 악화와 인력난의 악순환에 빠지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加速化)하고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는 갈수록 고질화(痼疾化)하게 되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1.9%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귀족 노조에 계속 휘둘리게 된다면 대기업·중소기업 간과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처우 이중 구조는 더욱 고착화(固着化)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이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는 청년실업의 주범이다. 학벌, 사교육 경쟁을 부추기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생산성과 수익성 차이를 넘어서는 과도한 임금 격차를 방치한다면 경제 활력은 사그라지고, 사회적 갈등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낡은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과감히 개편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우는 노동 개혁을 동시에 서둘러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여 고임금 지불 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병행하여 추진돼야만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되는 노동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서둘러 타파해야만 한다.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어떤 성장전략도 공허한 구호로 전락 될 수밖에 없음을 각별 명심하고 12년째 ‘소득 3만 달러 덫’에 갇힌 만성 저성장에서 서둘러 벗어나기 위해서도 규제를 과감히 풀고 경제 체질을 서둘러 개선하는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