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무효화…한미 FTA에 미칠 영향도 고민해야”
“국내 기업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 마련해야”
기업들의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시에 대미 투자가 원·달러 환율 등 외환·금융 시장에 미칠 추가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시장 평가도 나왔다.
미국 연방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통상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대미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향후 적용 범위와 품목관세 확대 가능성 등 통상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입법을 서두르되 FTA 체제에 미칠 영향과 경제안보 측면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됐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열린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데 굉장히 동의하고 있다”며 “한미 합의 이행의 진정성 표명 차원에서도,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의 리스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는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후 관세 부분이 굉장히 급박해졌다”며 “(무역법) 301조·232조까지 전방위적 압박이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 3500억 달러(대미 2000억 달러+조선 1500억 달러) 투자 규모를 전제로 5% 손실을 가정할 경우 연간 약 17억5000만 달러, 10년 누적 175억 달러의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국가채무 대비 연간 0.16%, 10년 누적 1.6% 수준이다.
허 교수는 “수치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재정을 단기간에 위기로 몰아넣을 규모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평균적인 부담 규모가 아니라, 경기 둔화기와 맞물려 손실이 특정 시점에 집중될 가능성”이라며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어떤 시점에 재정 부담이 한꺼번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미투자와 관련한 재정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평가·심의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서는 대미 투자가 환율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서은종 BNP파리바 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올해 들어와서 환율이 1440~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환율의 가치는 자금집행 등 미래의 여러가지 경제적 이벤트를 모두 현 단계에 프라이싱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그래서 현재 환율 수준은 과도한 선반영을 지금 현재 시간에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대미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는 미래의 현금 흐름이 (현재 환율에) 다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투자자들은 투자가 직접 이뤄지더라도 환율이 아주 급등한다든지 나라가 위기에 빠질 정도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온다든지 이런 일은 사실상 발생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서 대표는 대미 투자 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작지는 않지만, 예측 가능한 캐시플로우라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당시처럼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아닌, 입법과 타임라인이 설정된 계획적 집행이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위법 판결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충분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상호관세가 무효화됐다. 이 변화가 대미투자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지금 상황에서 특별법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근거가 무너졌기 때문에 다시 봐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며 “지금은 어느 한쪽의 답을 단정하기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 살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호관세 무효화의 의미를 짚으며 “150일 동안 한국·일본·EU는 15% 우대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이후 122조가 사라질 경우 우리는 한미 FTA 특혜관세 체제로 돌아가 0%에서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품목관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301조, 232조, 심지어 338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 집행 구조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투자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사실상 백악관에서 이뤄지는 구조”라며 “어떤 근거로 결정되는지, 기대수익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워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MOU에 상업적 합리성이 명시돼 있지만 동시에 전면적인 면책 규정이 들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업적 합리성을 실제로 따질 수 있는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3500억 달러는 자본시장 운용이 아니라 실물 그린필드 투자”라며 “투자자문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내부 조직 역량과 국회의 감시·감독 기능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별 사전보고 의무화와 정기적 국회 심의 절차도 제안했다.
또 “우리 재원으로 투자하는 만큼 조달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산업통상부 내 전담 조직 필요성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