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측 "출처 불명확한 발언으로 인식"
3~4월 변론종결…여인형·박종준 증인신문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측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에 실시간 상황이 공개돼 별도의 보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4일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전 원장은 흰색 와이셔츠와 회색 정장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했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조 전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을 보고받고도 국회 보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또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통화 내역이 중요한 증거라는 것을 인지하고 삭제하도록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 국정조사 및 헌법재판소에서 "정치인 체포 계획을 보고받지 못했다", "계엄 관련 문건을 본 적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 및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 측은 계엄 선포는 돌발적이었고, 당시 국회와 언론에 실시간 공개되던 상황이라 별도의 보고 의무가 성립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펼쳤다.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로그아웃 등은 통상적인 '보안 조치'로 이해했을 뿐, 증거를 없애려는 고의가 없었다고도 했다.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하고 혼란스러워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을 뿐,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실행 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를) 안 한 것을 보더라도 실행에 관여했다는 객관적으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게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정보원법 15조의 '중대한 영향' 요건이 명확히 충족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형법상 직무유기를 구성하려면 보고 의무 발동되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특정됐고 피고인이 이를 명백히 인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했다는 게 돼야 하는데 비상계엄 선포는 돌발적으로 일어났고 국회 및 언론을 통해 상황에 공개 전파됐다는 점으로 인해 곧바로 국회정보위에 보고돼야 하는 상황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홍장원이 한동훈, 이재명 잡으러 다닐 것 같다고 언급했더라도 정치인 체포가 구체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전달된 게 아니라 출처가 불명확한, 단정하기 어려운 발언으로 인식됐다"며 "국회정보위에 대한 지체 없는 보고라는 구체적 의무가 객관적으로 특정돼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무에 대해 의식적으로 포기, 방임해서 직무유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법 15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변론 종결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3일에는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비화폰 사용 및 계엄 관련 정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내달 9일에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정인규 전 국정원장 보좌관을 통해 증거인멸 공모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024년 12월 3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그에겐 국회에 국정원 폐쇄회로(CC)TV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을 어긴 혐의도 제기됐다.
조 전 원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지시나 문건 등을 받은 바 없다고 거짓 증언했다는 혐의,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 등도 받는다.
조 전 원장 측은 두 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서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조 전 원장 측은 "당시 보고 누락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허위 증언 혐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