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신고서 제출’ 주요 요건…리쇼어링 본격화
신규 사업 활성화·거래소 경쟁·기술 혁신 기대감
국내 기업의 코인 발행(ICO)이 다시 허용된다. 다만, 이용자 보호와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만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다. 또 이들 기업은 금융당국에 백서 등 관련 정보를 사전 제출하고 투자자가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 ICO는 부작용 우려에 따라 지난 2017년 이후 전면 금지됐는데, 이번에 ICO가 다시 허용된다는 것은 삼성과 같은 국내 기업도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 우회 절차 없이 국내에서 직접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그간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해온 프로젝트들이 다시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흐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CO가 일정 요건 아래 허용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인 발행 주체는 일정 기준 이상의 법인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이 코인을 발행할 경우 프로젝트 내용을 ‘신고서’ 형태로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구조가 도입된다. 이는 증권 발행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코인 투자자에게도 사전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겠다는 취지다.
신고서는 금융위원회가 접수하고 실질적인 심사 업무는 금융감독원이 맡는 체계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 신고서는 ‘승인’의 절차가 아닌 ‘정보 공개’에 방점을 뒀다.
동시에 발행 프로젝트의 실체를 사전에 완전히 검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인이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관련 내용은 현재 마련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요건과 최소 규모 기준 등은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CO는 전통 금융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으로, 쉽게 말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코인을 미리 만들어 파는 과정이다. IPO처럼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주식이 아니라 코인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ICO를 금지했던 배경에는 실체 불명확한 프로젝트와 과도한 투기, 사기 사례, 미흡한 투자자 보호 등이 있다. 특히 IPO는 기업의 재무 실적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적정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는 반면, ICO는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 자체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국내 발행사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그곳에서 ICO를 진행한 뒤 다시 국내 거래소에 상장을 시도하는 우회 방식을 활용해왔다.
이번 방안은 법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오며 발행 요건도 매우 까다롭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업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된 기업에게는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국내에서 코인 발행이 다시 허용될 경우 신규 사업 활성화, 거래소 경쟁 본격화, 기관 투자, 기술 혁신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국내 발행이 가능해지면 기술 기반 기업들이 초기 자금을 국내에서 정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신사업 실험이 확대되고 산업의 역동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발행 시장이 열리면 거래소 간 유망 프로젝트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이는 시장 다양성을 높이고 거래량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