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전세에 다주택자 '좁은 퇴로'
갭투자 막고 대출 한도 축소…매수 자금 여력↓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시한까지 매도 계약만 해도 중과세를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기까지 현실적 난관이 많아 기대만큼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9일 종료되는 것은 작년 2월에 이미 정해진 것"이라면서도 "지난 4년간 유예 반복을 믿게 한 정부의 잘못되 있으니 5월9일까지 계약한 것은 중과세 유예를 해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부활한 뒤 1년 단위로 연장돼 왔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6~45%의 양도세 기본 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 이상은 30%p 이상 가산세율이 붙는다. 특히 3주택자 이상의 경우 지방소득세(10%)까지 더하면 최고 세율이 82.5%까지 오르게 된다.
양도세 중과 유예는 잔금을 치르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한 시점이 기준이다. 문제는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매매 약정(가계약)을 맺더라도 구청의 거래 허가에만 2~3주가 걸리고, 실계약에 잔금 납부까지 총 3~4개월이 걸려 5월9일까지 주택을 완전히 처분하기 어렵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양도세 감면을 적용하는 기준을 계약 시점까지로 넓히겠다고 한 것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시간 여유를 주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집이든 뭐든 정당하게 증여세 내고 증여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주택 처분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것이 실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으로 이어지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6·27 대출 규제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6개월내 전입신고 의무 도입, 10·15 부동산 대책의 2년 실거주 의무 적용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봉쇄돼 매수 여력이 떨어졌다.
더욱이 주담대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됐고,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든 상황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4억6593만원으로 매수자가 32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해 자기 자본 부담이 더 크다.
다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받기 위해 강남권 자가에 살면서 비강남권과 수도권 주택을 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다주택 처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다주택자 수는 2024년 기준 37만1826명으로, 14.0% 비율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 17.0%(2만8470명), 서초구 16.7%(2만1702명), 송파구 15.5%(2만9710명), 용산구 16.0%(9402명) 등 강남3구와 용산구의 다주택자 비율이 높았다. 도봉구의 경우 다주택자 비율이 12.3%(1만1969가구)로 평균을 밑돌았다.
장특공이란 주택 보유 기간과 거주기간이 길수록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제하는 제도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 다주택자는 최대 3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장특공을 위해 강남3구와 용산구의 고가 주택에 실거주하면서 나머지 세를 준 집을 처분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의 잔여 전세 계약 기간이 남아있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경우 기한 내 주택 처분이 제약된다. 더욱이 토허구역 확대로 서울 전역과 경기권 주요 지역에서 전세를 낀 주택 매매가 막힌 것도 변수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로선 전세를 낀 갭투자가 힘들고, 집주인도 전세 기간에는 집을 팔 수 없어서 주택 처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급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쏟아지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면서 다주택 처분이 꾸준히 이어진 것도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38로 2023년 5월 이후 2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출이 금지되고 갭투자가 막히면서 다주택자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익명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높은 강남3구와 용산구 주택은 집주인이 장특공을 받기 위해 장기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 주택 처분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비강남권과 경기권 다주택도 토허제로 묶여 임차인을 낀 집을 매각하기까지는 1년도 촉박하다"며 "다주택자를 퇴로도 없이 궁지로 내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