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기록 없어 '주80시간' 시비
장관 "IT강국인데…의무화 빨리 해야"
李정부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 일환
반발도…"영세사업장 비용부담 우려"
유명 베이커리 프렌차이즈 런던베이글뮤지엄(엘비엠)에서 20대 청년이 과로사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사망 전 고인이 주 80시간을 일했다는 유족의 입장과 이를 부인하는 사측이 충돌했다. 정확한 출퇴근시간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포괄임금제 폐지 공약을 위해 출퇴근기록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빠른 의무화를 강조했다. 다만 영세사업장 등의 반발이 예상돼 그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김영훈 장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IT 강국에서 출퇴근기록 의무화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런베뮤도 저희가 들여다보니 80시간 육박하게 (근로) 동선이 다 확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런베뮤 인천점에서 일하던 26세 근로자가 지난 7월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고인이 주 80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런베뮤측은 80시간 근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문인식기 오류로 실제 근무시간을 측정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고인의 근로시간이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나, 과로사를 뒷받침할 증거는 근로감독이 끝나고 난 뒤에야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출퇴근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할 의무는 없다.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취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짜 노동'을 양산한다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된다.
우선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담긴 바 있다. 소위 '칼퇴근법'이라고 불리는 출퇴근기록 의무화 제도를 공약했으나 임기 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윤석열 정부에선 당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임이자 의원이 포괄임금제 개선 방안으로 기록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사용자의 실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화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노동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도 담긴 바 있다.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출퇴근시간 등을 기록하게 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국회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출퇴근시간 기록의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 제안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출퇴근시간 기록 방법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법안은 기록의무제를 통해 초과근무시간을 확실히 남겨 '공짜야근'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실노동시간 단축을 내걸었고 노동부 장관도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출퇴근기록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영세 사업장의 비용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업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노동부의 '실근로시간 단축사업'에서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인데,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집행률은 16%에 그쳤다.
장려금을 받기 위해선 근로시간 단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기업은 전자카드, 지문인식, 타임레코드 등을 통해 출퇴근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정처는 초기 인프라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봤다. "인건비 및 행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이 사업 참여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예정처 분석이다.
한편 노동부는 국정과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록관리와 관련해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