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검찰 안정 우선…가장 좋은 방법 고민”
대검찰청 지휘부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이후 검사장들이 '경위 설명'을 압박하며 집단 반발하자, 정부가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직급 강등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실상 징계 조처라며, 내부 의견 개진을 틀어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 이후 일부 검사장들이 집단적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을 조직 기강 문제로 보고, 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을 평검사가 맡는 보직으로 인사 전보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후 법무부의 인사권을 언급하며 법무부 판단을 물어봐야 한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여당의 압박이 거센 상황이라 법무부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장 18명에 대한 징계 또는 평검사 전보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게 우선이고,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평검사 전보 조처가 사실상 강등이라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특별히 그런 움직임은 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장관의 발언과 달리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수십 년 경력의 고위 간부를 평검사 직무로 전보하는 것은 사실상 징계에 준하는 조처라는 게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날 오전 공봉숙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사장 강등설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보였다.
그는 "업무상으로 위법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느냐'며 징계를 하고 형사처벌을 하고 강등을 시키겠다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이제 쓸모를 다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공 검사는 그러면서 이같은 강등 시도를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부의 결정에 대해 구성원들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일벌백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되기 때문에 검사장급에서 평검사급으로 보직 이동은 강등이 아닌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제껏 법무부는 평검사와 중간간부, 고위간부 인사를 나눠서 해왔다는 점, 승진 후 이를 역행하는 인사는 관례상 없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는 징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검사장의 직급이 강등된 전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앞서 2007년 사건 무마 청탁 의혹으로 감찰을 받은 후 검사장급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보직이 변경된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사례 정도가 있다. 당시 권 전 검사는 직급 강등에 반발해 인사발령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패소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감찰 과정에서 비위 행위가 드러났던 사례와 이번 검사장들의 집단 행동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내부의 조직적 반발을 억제하려는 수단으로 인사권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며 "소송으로 가면 보직 이동 사유가 합당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