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코나EV 올해만 아홉 번째 휴업
보조금 소진에 내수 급감, 수출도 위축
현대차가 국내 전기차 수요 급감으로 울산 제1공장 12라인 가동을 이달 중단한다. 아이오닉5와 코나EV를 생산하는 라인으로, 전기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올해만 아홉 번째로 멈춘다.
내수 보조금 소진에 따른 주문 감소, 관세 여파와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수출 둔화가 겹치며 생산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울산 제1공장장 명의 공문을 통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지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12라인 물량 부족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고갈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21일과 28일 두 차례 의장 12라인 컨베이어 부하 및 서징 테스트를 실시해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27.5대에서 17.5대로 줄이는 다운사이징 방안을 추진했다.
이번 휴업 기간을 통해 생산량 감축을 위한 공정 보완 공사를 병행하고, 향후 축소된 속도로 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오닉5와 코나EV는 한때 국내 전기차 시장을 대표했지만 올해 판매는 급격히 줄었다. 3분기까지 아이오닉5의 국내 누적 생산량은 3만4000대에 육박했으나, 내수 판매는 1만2310대에 그쳤다.
이 같은 부진의 주된 원인은 보조금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대부분 소진돼 하반기 수요가 급감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보조금의 80% 이상이 이미 집행돼 다수 지자체가 접수를 중단했다. 내년 초 예산이 새로 배정되기 전까지는 수요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관세 부담이 커지고, 현지 공장 가동이 늘면서 한국산 전기차 수출이 줄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IRA) 정책으로 현지 생산 모델만 혜택을 받으면서 국내 생산 전기차의 경쟁력이 낮아졌다.
현대차그룹은 동일 플랫폼 기반으로 글로벌 권역별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아이오닉5와 코나EV는 미국, 인도, 체코,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끊기면 판매가 즉각 멈추는 현상은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며 "가격 안정과 충전 인프라 확충, 중고 전기차 가치 보전 등 지속 가능한 생태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