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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늪’에 빠진 20대 청년들 ‘캄보디아의 덫’에 걸려들지 않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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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늪’에 빠진 20대 청년들 ‘캄보디아의 덫’에 걸려들지 않게 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10.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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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생활 물가와 집값 상승,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의 늪’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월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오르며 전월 1.5%보다 1%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만큼 서민들 특히 소득 취약층의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傍證)이다. 물가가 오르면 반대로 실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지갑이 얇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18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10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0월 둘째 주(10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가격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며 추석 연휴 전후로 매수문의 증가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물 소진되고 상승거래가 발생하면서 0.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에도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 수요자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물이 소진된 것이 서울 전체 상승세로 이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월 17일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20~29세) 취업자는 343만 5,000명으로 지난해 9월 356만 9,000명보다 13만 4,000명 줄었다. 10대를 뺀 전 연령대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4,000명) 이후 2년 11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7개월째 하락세다. 60세이상 고용률 48.3%보다 3.2%포인트 낮다. 최근 전체 고용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청년들 일자리만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기껏 일자리를 구해도 임시직, 계약직 등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것이 대부분이고,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로 양질의 신입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요인을 뺀 고용률을 봐도 20대 취업난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20대(20~29세) 고용률은 60.7%로 전체 고용률 63.7%보다 3%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9월 60.9%보다는 0.2%포인트 낮았다. 20대 고용률은 지난해 9월(-0.2%포인트) 이후 13개월 연속 오르지 못하고 있다. 빚을 갚으려면 제대로 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20대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고,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한계 청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된 청년들이 ‘빚 탕감’을 미끼로 유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년층의 심각한 신용위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 5,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모는 30대(195조 4,933억 원), 40대(221조 1,409억 원), 50대(172조 2,824억 원), 60세 이상(132조 1,934억 원)보다 적지만 부실 정도는 가장 심각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대가 평균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 시중은행의 7월 기준 20대 이하 대출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로 30∼50대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6개월 이상 밀린 청년들도 5만 명에 육박하고, 누적 연체액은 2,500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현재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 5,887명으로 2021년 말 5만 2,580명보다 2년 반 사이에 25.3%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는 54만 8,730명에서 59만 2,567명으로 8% 늘었는데, 20대는 3배나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가 급증한 것은 손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일부 젊은이의 욕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취업 실패에 절망한 청년들이 고소득 일자리를 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 면도 없지 않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일부 젊은이가 부채를 탕감해 준다는 유인에 캄보디아행을 택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불안한 일자리와 소득,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 불어나는 빚은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막다른 벼랑으로 내몰린 청년들을 위해 정부는 채무조정과 신용 회복 등 맞춤형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꿈을 잃은 청년들이 ‘캄보디아의 덫’에 걸리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에서 Z세대(1995∼2010년 출생자 │ 10∼20대 젊은 청년들)의 분노가 정권을 무너뜨렸다. 지난달 네팔에 이어 청년층 시위로 정부가 붕괴한 이후 두 번째 사례로 읽힌다. 젊은 청년들의 저항은 남미의 파라과이와 페루, 아프리카 모로코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나라마다 시위를 촉발한 계기와 사건은 다르겠지만 특권층의 부패와 경제 불평등, 청년층 실업이 공통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다가스카르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단수·정전 등 생활고와 만연한 부패였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구의 80%가 하루 2달러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는 세계 최빈국 청년들의 절망이 깊게 깔려 있다. 젊은 청년들은 “정부가 교육 기회를 주지 않고 생계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거리로 나섰다.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국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상실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는 신흥국 청년들에게 실업 충격을 안겼고, 그 분노가 체제를 흔드는 에너지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젊은 청년들 분노의 그림자는 지금 한국 사회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청년층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고령층을 밑도는 기현상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도 청년 고용률은 45.1%로, 60세 이상 48.3%보다 낮았다. 한국 젊은 청년들은 마다가스카르처럼 거리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조용한 방식’으로 체제에 대한 냉소를 표출하고 있다. 정부는 15~64세 기준 고용률은 70.4%,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하며 수치상으로는 완만한 회복세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하지만, 소비 쿠폰 효과에 기댄 반짝 호황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 개혁일 것이다. 미래 산업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에게 미래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와 함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과제 중 하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임금과 저임금의 격차는 단순한 수치 차이를 넘어 사회적 불균형과 기회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첫 직장에서부터 불균형을 체감하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공정한 노동 환경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공정함’이란 동일(同一)한 처우뿐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별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다양한 일의 형태를 존중하는 제도적 유연성도 공정의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란 관점에서 볼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단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 담보를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0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하청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안전, 임금·복지 등의 격차와 같은 우리 노동시장의 해묵은 과제는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라며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통해 구직의욕 촉진, 실전형 취업 지원, 상식적 일터 조성으로 모든 청년들의 첫 출발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져 ‘빚의 늪’에 빠진 20대 청년들이 ‘캄보디아의 덫’에 걸려들지 않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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