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판 들고 가야하는건가…아날로그 시대로"
"내부 직원·지자체 공무원과 업무 협의 어려워"
"복구때까지 기다려야하나…대안 찾을지 논의"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공무원 업무 전산망 '온나라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정부 부처도 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공문서 발송이나 내부 메신저도 작동이 멈춰 직원들 간의 업무 협의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문서 결재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는 반응도 나온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전산시스템은 647개였으며 이날 낮 12시 기준 62개는 복구됐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메일망'은 복구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공무원 문서 교환, 메신저, 결재 등 '온나라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멈춰 있다.
이번 화재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밤을 새우면서 현안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 소통망이 막히면서 불편이 커지는 모습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만큼 주말에 출근하고 새벽까지 일하면서 화재 여파를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디지털정부혁신실, 국정자원 관련 부서는 파급 효과나 현안 파악을 위해 다 밤을 새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직 메일시스템과 문서 작성은 되지만 행안부 내부 업무 시스템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다음 달 1일 부처 통합을 앞둔 환경부도 급한 불을 수기로 끄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홈페이지 접속도 안 되고 내부에서 결재나 메일을 보낼 수도 없다"며 "공식 결재,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게 안되다 보니 급한 대로 수기로 해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업무망이 막히면서 복지부 내부에서는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는 반응이 나온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결재도 안 돼서 결재판 들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과거 아날로그 시대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서 수신 발신과 내부 메신저가 안 되다 보니 내부 직원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업무 협의가 쉽지가 않다"며 "급하면 팩스로 받고 일단 수기로 접수한 다음 나중에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망은 불안정해 직접 사이트 주소를 쳐서 접속해야 한다"며 "다른 부분은 수기 등을 통해 긴급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기 결재를 통해 작성한 문서를 추후 전자 시스템에 날짜와 시간에 맞게 탑재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는 대전이 아닌 광주에 시스템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는 적은 편이지만 행안부, 복지부 등과 연관된 서비스는 차질을 빚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대전이 아닌 광주센터에 전산 시스템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피해는 덜하지만, 다른 부처 시스템과 통합돼 운영되는 것들이 있어서 우리 정책에도 지장이 있다"며 "수기로라도 해서 업무를 진행하라고 지침이 내려와 다들 노력 중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내부 전산망은 행안부에서 총괄하기 때문에 우리가 손을 댈 수가 없어 불편한 건 당연하다"며 "복구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지,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야 할지 논의 중이다. 다른 부처 시스템과 연관된 서비스들이 빨리 해결돼야 할 듯싶다"고 했다.
일선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일선 지청에서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A씨는 "전산이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아예 업무가 완전히 정지됐다"며 "모든 업무를 수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인들에게 연락해서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게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며 "많이 찾아오실텐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과 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K-에듀파인)이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복구되면서 일선 교육청 직원들은 한숨 돌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민원서비스는 교육부 행정망과 국민신문고와 연결돼 대국민 서비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학교 내에서 쓰는 건 로그인도 되고 다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