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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하면서 겨우 이어가요"…버티기 힘든 독립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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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하면서 겨우 이어가요"…버티기 힘든 독립서점들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8.1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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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부진·높은 월세…운영자 대부분 '겸업'
책 매입 구조도 불리…대형서점 대비 비싼 공급률
정부 지원 축소…"지역사회 기여 고려해 지원 확대해야"
▲ 13일 찾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독립서점 내부. /뉴시스
▲ 13일 찾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독립서점 내부. /뉴시스

13일 오후 7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독립서점. 서점 안에는 손님 네 명이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책들이 많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점 주인은 "책을 보기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유통망 대신 책방 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소규모 서점을 말한다. 그러나 매출 부진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으로 최근 몇 년 간 신규 개점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3월 독립서점 서비스 기업 '동네서점'이 발표한 '트렌드 2024'에 따르면 새로 문을 연 독립서점은 2019년 135곳에서 지난해 42곳으로 줄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휴·폐업한 곳은 281곳에 달한다.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공통적으로 책 매출만으로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높은 임대료 부담이 더해져 휴·폐업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찾은 독립서점 4곳 중 3곳의 운영자들은 월세 비용 충당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12년 동안 독립서점을 운영해 온 이보람씨는 "코로나 전까지는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최근엔 책을 사는 손님이 줄고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생계와 서점 운영을 어떻게 함께 이어갈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독립출판물만 받아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세환(33)씨도 "독립출판물은 기성 출판물보다 이윤이 적다"며 "겸업으로 번 돈으로 월세를 충당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책 공급 구조도 독립서점엔 불리하다. 대형 서점은 대량 매입으로 낮은 공급가에 책을 들여오지만 독립서점은 구매력이 약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독립서점의 공급률(정가 대비 공급가격의 비율)은 대형 서점보다 약 1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팀장은 "인건비·임대료 부담과 높은 책 매입가로 열악한 서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4년 지역 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억원 미만인 서점이 전체의 49.5%에 달했다.

회사를 다니며 오후 7시 이후 서점을 여는 전유겸씨는 "작은 서점에서 한 달에 100권 팔기도 힘들다"며 "운영을 위해 다른 일을 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독립서점 관련 정부 지원이 올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조 팀장은 “지난해까지 약 600~700개의 문화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며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행사 등은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3년째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선영(31)씨는 "예전에는 지원 사업에 신청하면 작가 초청비가 나와 독자들이 무료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었지만 지금은 자비를 들이거나 아는 작가를 무료로 불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영희 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독립서점은 지역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동체 거점 역할을 한다"며 "지역사회 기여도가 큰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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