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공개…정기휴식 지켜진다 42.7%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 뒤 폭염 동안 물이나 그늘도 없이 일해왔다며 현장 실태를 증언했다. 정부가 지난 17일부터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때에 노동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받게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 후 건설현장 폭염실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철근 현장에서 노동하는 이옥순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원은 "여름에는 새벽에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일하고 싶다. 그런데 민원제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으면 되지만 여름에는 휴식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건설회사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모른다면) 몰라도 되는 세상이기에 그런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우리를 건설폭력배(건폭)로 몰아 현장에서 내쫓았지만 이재명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들어주겠는가. 노동자 출신 대통령으로서 일이 있어도 언제 죽을지 몰라 고통받는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근 노동자는 그늘도 없는 건물 꼭대기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내진설계 현장에서는 정해진 타설작업 날짜에 맞춰 폭염 속에서 속도전을 요구받는다고 털어놨다.
또 점심시간은 45분에 불과하고 가장 더운 오후에는 휴게시간 없이 노동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열기에 대비한 장구는 지급되지 않으며 물·얼음·식용 포도당 등은 제공만 될 뿐 건물 꼭대기 등으로 알아서 운반해서 마셔야 한다는 점도 되짚었다.
건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노동자 976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 25~27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노동부 권고에 불과했던 정기휴식이 2025년 7월 17일부터 법제·의무화했지만 건설현장에서도 폭염기 정기휴식이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은 42.7%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6명(65.1%)은 휴식이 2시간 단위가 아니라 1시간 마다 제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업안전보건법(제39조 보건조치)와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된 뒤에도 여전히 물을 제공받지 못한다(8.9%)거나 휴게실이나 그늘막 이외 아무 곳에서나 쉰다(31.6%) 등의 응답이 계속해 보고됐다.
이들은 열악한 폭염기 샤워실과 관련해서 ▲샤워실이 없다 35.8%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24.6% ▲샤워실이 있는지 모르겠다 17.7% ▲시설이 열악해 씻을 수 있는 장소가 못 된다 8.9% 등으로 실태를 고발했다.
응답자는 폭염 대책 정착을 위해 ▲불법도급, 물량도급 등 폐지(52.9%) ▲폭염 등 기후위기로 임금 손실 보전 제도화(47.3%)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46.7%) ▲노동조합 관리·감독 권한 보장(44.0%) ▲최저가낙찰제 폐지(42.5%) ▲폭염으로 인한 공기연장 가능하도록 법·제도 개선·지원(38.9%) ▲정부 당국의 중소규모 현장 물적·정책적 지원(35.6%)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