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쿠팡, 계약구조·평가제도 개선해야"

쿠팡 배송기사들이 산재나 건강 사유로 배송을 중단했을 때에도 대체 인력 비용을 부담하거나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며 회사 측 대응을 문제 삼았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의 산재·퇴직 이후 용차비 전가 및 수수료 미지급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쿠팡이 매년 ‘택배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쉴 수 있다'고 홍보해왔는데 이 내용은 실제 노동환경과 괴리되어 있다"며 "산재 입원 중인 기사에게 대체기사 투입 비용을 전가하거나, 건강 악화로 퇴직한 기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퀵플렉스 기사 2명이 직접 참석해 각각 용차비 전가, 손해배상 청구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박경민씨는 "배송 중 추락 사고로 다리 뼈가 부러졌고, 산재 승인 후 치료 중인데도 '용차비를 줘야 하니 수수료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이요안씨는 “14시간 이상 근무가 반복돼 건강이 악화됐고 퇴사 후 용차비 명목으로 78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다른 택배사는 폭염 피해 예방조치를 시행했지만 쿠팡만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산재를 받았음에도 기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견에서는 쿠팡의 배송구역 회수제도(클렌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연주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선임간사는 "쿠팡이 유통업계 1위로 주목받는 동안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 방치돼왔다"며 "살인적인 클렌징 구조, 휴식권 침해 등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쿠팡은 로켓배송보다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며 "에어컨도 없는 작업환경, 폭염·심야 노동 등 기본적인 근무환경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언제든 쉴 수 있다는 쿠팡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구역 수행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클렌징을 압박했고, 영업점은 이를 핑계로 기사에게 손해를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쿠팡은 거짓 홍보를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8월 14일 ‘택배없는날’에 공식 사과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