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국내 체류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 규정
"국가안보 저해하는 것이 명백하다면 규제할 수 있어"
일각선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정치활동 기준도 모호"

최근 입국한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전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에 대해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조계는 규제가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이같은 규정이 모든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 제17조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체류 중 정치활동을 했을 때는 활동을 중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정치적 사안을 다룬 집회에 외국인이 참여하거나, 외국 국적의 연예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일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한국계 캐나다인 가수 JK김동욱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탄 교수 역시 국내에 입국해 정치적 사안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탄 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인물로, 한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소년원 출신'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탄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대 정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해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며 "국제선거감시단을 지휘하며 한국에서 부정선거를 많이 목격했다"고 부정선거론을 다시 설파했다. 이틀 뒤 서울 은평제일교회에서는 한국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는 지도자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탄 교수의 발언이 빠르게 퍼지자, 일각에서는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해 정치 활동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명백한 외국인 정치활동"이라며 "모스 탄의 정치활동을 중단시키고, 명령 불이행 시 즉각 강제퇴거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탄 교수의 발언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규제할 수 있다면서도, 이 규정이 모든 외국인의 정치 활동에 대해 일괄적으로 규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보편적 권리라 하더라도 외국인이 국민과 동등하게 그 권리를 누리는 것은 아니고 정치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탄 교수의) 정치 활동은 대한민국의 안보와도 관련이 돼 있는 것으로, 당국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이 외국인의 정치 활동에 대해 허용 기준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외국인의 정치 활동이 금지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 교수는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도덕을 얼만큼 침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향후의 입법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탄 교수의 사례를 포함해 외국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05년 8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체류 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는 지방선거 선거권도 주어진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치적 행위로 선동을 한다거나 정치적 과정에 직접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 공통의 '표현의 자유'가 적용돼야 한다"며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런 경우 외국인이 지방자치 관련 발언을 했을 때 그것을 정치 활동이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특정 행위를 유발하는 선동에 대해서는 외국인에 한정할 필요가 없이 규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