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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OECD 1위, 절반이 월수 100만 원 미만 노인 빈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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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OECD 1위, 절반이 월수 100만 원 미만 노인 빈곤국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4.11.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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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9월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이 23.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60세 이상 취업자가 처음으로 50대 취업자(23.3%)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고령 취업자 증가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인구 구성이 바뀐 영향도 있지만, 은퇴 후에도 일하려는 노인들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노동시장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조류라는 점에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은 물론 고용 연장과 노인 기준연령 상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지난 10월 2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만 2,000명이 늘어난 674만 9,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대 취업자 672만 명보다 2만 9,000명이나 많은 것은 1982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처음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서도 60대 취업자 수가 가장 많았다. 40대(619만 1,000명), 30대(547만 3,000명), 20대(356만 9,000명), 15~19세(14만 2,000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 증가의 대역전 근저에는 저출생·고령화의 장기화가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하는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일하는 노인의 절반가량은 한 달 내내 일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10개 중 7개는 임시·일용직으로 고용의 질도 매우 낮다는 데 있다. 한국 노인들은 은퇴를 미루고 가장 열심히 일은 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임금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46.7%는 가구주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월 200만 원 이상 버는 가구는 31.9%에 그쳤다. 일자리 68%가 임시직과 일용직이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가장 많았는데 공공 일자리에 의존하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노후 대비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힌다. 지난 10월 18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50대 가구주가 미은퇴한 가구에서 적정 노후생활비로 월 322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국민연금으로 월평균 62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7일 통계청의 ‘2024년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등을 보면 올해 5월 기준 55~79세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2만 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7만 원 늘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명 중 4명 이상(41.2%)이 ‘25만 원~50만 원 미만’을 받는다. 다음으로 50만 원~100만 원 미만(32.4%), 150만 원 이상(13.8%) 순이다. 이는 베이비부머가 생각하는 ‘노후 최소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정한 ‘노후 최소생활비’는 개인당 월 124만 3,000원, 부부당 월 198만 7,000원이다. ‘노후 적정 생활비’는 개인당 177만 3,000원, 부부당 277만 원이다. 연금을 타고 있어도 불안한 노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통계청이 발표한 부부 기준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324만 원이지만 연금과 저축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노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노인들이 일손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돌아오는 양질의 일자리는 극히 부족하다. 정부가 공급하는 103만 개의 노인 일자리는 월 수십만 원의 용돈 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하는 일도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퇴직 연령대에 다다르거나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이 전체 70%에 이른다. 55~79세 인구 1,598만 3,000명 중 69.4%인 1,109만 3,000명은 장래 근로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근로 희망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근로를 희망하는 최고 연령은 73.3세로 1년 전 73세보다 0.3세나 올랐다. 부족한 노후 준비 탓으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퇴 후 더 일해야만 하는 안타깝고 처절한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각박하고 절실한 현실이 개선되지 못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가입국 중 압도적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빈곤율 14.2%보다 2.84배 이상 높다. 노인빈곤율은 66세 이상 중 소득이 중위 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결국은 연금개혁과 60세 이상 퇴직자를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동 개혁을 동시에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노인복지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세대의 노년 부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국가적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더는 부양받는 객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영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독일도 2029년까지 67세로, 스페인은 2027년까지 67세로 정년을 늘려가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제도와 관행을 서둘러 만들고 나이를 따지지 않는 성과와 직무를 반영하는 합리적인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고령자 친화적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가야만 한다.

기초연금을 일률적으로 올리거나 단순 일자리를 늘리는 등 현금성 복지로 대응하는 것은 장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정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키울 수밖에 없는 우(愚)가 있다. 계속 고용은 정년을 채운 뒤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퇴직 후 재고용, 법정 정년(60세)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다.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고령층의 경험과 지식을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시행해야만 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과감히 개편하고, 탄력 근무제 등 노동 개혁과 연계해야만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당연히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책적 조합과 융합 그리고 조화를 전제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해소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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