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2일 비자금 유입 의혹 등을 받고 있는 동아원 등 11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아원 회장 집무실과 관련업체, 개인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 6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자료, 해외 송금 거래내역, 내부 보고·결제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이자 이희상 회장이 오너인 동아원 그룹이 운영하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설립·운영자금으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동아원 그룹이 2005년 부동산 투자회사 '고도(KODO)'를 통해 설립한 곳으로, 동아원은 총 780억여원을 포도밭 구입과 와이너리 사업투자금으로 썼다. 고도는 이 회장이 운영하는 운산그룹의 계열사 동아원의 자회사다.
검찰은 미국의 일반적인 와이너리 사업과는 달리 동아원이 융자나 대출없이 전액 자기자본으로 구입자금을 마련한 것을 놓고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만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밸리에서 운영 중인 1000억원대 와이너리(와인양조장)의 실소유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와이너리 사업·투자 추진과정과 자금거래내역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재만씨를 사위로 두고 있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해주거나 비자금에서 유래한 불법재산을 숨겨주는 등 비자금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만씨가 이희상 회장한테서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받은 160억원 규모의 채권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보유한 100억원대 빌딩 매입자금의 출처도 비자금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1995년 채권 경로를 추적한 끝에 114억원의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인 사실을 확인했지만 법원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만씨는 한남동 빌딩을 1996년 11월 준공, 1997년 1월 등기를 마쳤고 이듬해 1월 매각했다가 2002년에 다시 매입했다. 재만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빌딩이라고 주장하지만 빌딩 처분·재취득 과정에 수상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재만씨는 2007년 7월말 고도의 명의로 구입한 나파밸리의 450만달러(약 50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의 매입 자금 출처도 비자금으로 의심받고 있다. 재만씨 측은 지난 3월 이 주택을 급매물로 내놓아 추징금 환수에 앞서 서둘러 재산을 처분하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밖에 재만씨의 부인 이윤혜씨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소재한 시가 25억원 상당의 빌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전 전 대통령 내외가 머물고 있는 연희동 사저의 별채를 12억원에 본인 명의로 사들였다.
검찰은 동아원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와이너리 투자 내역과 관련자금 출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수사에 필요할 경우 미 세무당국과 사법당국에 재만씨가 보유한 미국 와이너리, 주택 등에 대한 매입자금 출처 조사에 관한 협조를 요청,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의 관련성 유무나 국외재산도피 혐의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유입 의혹 등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이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며 "동아원 관련해서 극히 일부는 소환했지만 핵심 관계자들은 (아직) 소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을 출국금지하는 한편 재만씨에 대해서도 입국시 통보 조치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