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사태 이후로 (전시장)내방객이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가뜩이나 수입차 사이에서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들이 결국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죠."
국내 수입차 판매장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차 서초지점.
이 곳은 최근 몇년간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급격하게 넓혀가고 있는 수입차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새단장을 마쳤다. 플라워샵 전문브랜드인 '스텔라'와 함께 '플라워샵'으로 변신한 것. 이색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서초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 사태에 고객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김영옥 현대차 서초지점장은 "수입차들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파업 사태는 고객들이 수입차 쪽으로 옮겨가는데 불씨가 되고 있다"며 "파업 전과 비교해 내방객은 30% 줄었고, 하루 평균 계약 건수도 3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의 내방객들은 크게 줄어든 반면, 고객들의 불만은 급증하고 있다. 파업 이후 차량 출고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의 부분 파업 이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주요 차종의 대기 기간이 2배가량 늘어났다.
현재 그랜저는 1952대, 아반떼는 1400대 출고가 밀려있어 차를 받으려면 각각 30일, 20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싼타페와 맥스크루즈는 대기 시간이 더 길다. 싼타페는 1만2000대 주문이 밀려있어 75일 정도를 기다려야 하며, 맥스크루즈는 1500대가 밀려있어 무려 90일이나 대기해야 한다.
대표적인 생계형 차량인 포터와 스타렉스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한 달 정도 기다리면 차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각 2만2000대, 6000대나 주문량이 밀린 탓에 90일 정도를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생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 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업 전보다 출고 대기 기간이 평균 2배 정도 늘어났다"며 "약속된 시간에 차를 주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고객들의 불만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현대차 대리점 업체의 직원도 "최근 누수 문제와 관련해 출고 예정이었던 고객이 해약을 요청해 수용했다"며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노사문제까지 매일 불거지고 있어 이미 판매 일선은 기진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30일에도 1, 2조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동시에 이날 오전 10시부터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임단협 본교섭을 가진다. 노사는 지난 29일 기존 27개 합의사항에 재직 중 사망한 직원 자녀 장학금 지급 등 추가 8개 조항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