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주무부처로 한동안 분주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잠잠한 모습이다. 공정위의 주요기능인 심판정이 지난 3주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가철을 맞아 휴정에 들어간 것.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공식일정을 통해 "심판정이 휴가철을 맞아 7월29일부터 8월9일까지 2주간 여름철 휴정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로는 이보다 일주일 앞서 총 3주 동안 위원회(전원회의, 소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사건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서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나 상임·비상임위원 3명이 참석한 소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법정과 같은 곳이지만 휴가철에는 모든 일정을 잠정 보류하고 있다.
심판정은 매년 하절기와 동절기 두 차례 휴정기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이 기간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격주로 3일~5일(주말 포함)씩 휴가를 다녀오고, 나머지 한주는 상임위원 등 나머지 직원들의 공백으로 연속해서 쉬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원도 지난 2006년부터 2주간 하계 휴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재판당사자, 변호사, 공판검사 등 관계자가 무더운 여름에 법원을 찾는 불편을 줄이고,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휴정기간에도 원칙은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 체포나 구속 적부심의 심문기일을 비롯해 민사, 행정, 가사사건의 가압류나 가처분 심문기일, 영장실질심사 등 긴급히 처리해야 할 사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와 비교하면 공정위는 사실상 비공식적인 휴정으로 별도의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임의적으로 휴가 일정에 따라 위원회 일정을 앞당기거나 늦춰 성수기 직원들의 휴가를 보장하는 형식이다.
위원장 공백 시 부위원장이 대신해 위원회를 주재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휴가가 해당기간에 몰린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휴가철만 되면 심판정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기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휴가가 집중적으로 겹치면서 직원 편의상 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통상적으로 그래왔기 때문에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올해 대기업을 겨냥한 공정위, 국세청, 검찰의 전방위적 사정 바람이 부는 가운데 휴가철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휴가를 반납하거나 휴가기간에도 출근해 업무를 챙기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주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대부분의 위원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위원회를 재개했다. 하지만 장기간 업무공백으로 평소보다 많은 일정이 예고돼 있다. 현재 공정위는 NHN 등 포털업체와 대기업 계열 광고기획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