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정부에 서운했던 감정, 모두 씻었습니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이튿날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속속들이 입주기업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날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연신 밝은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수고했다"며 힘껏 악수했다.
미소 띤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선 한재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입주기업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닿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이번 일을 다시 한번 우리 개성공단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격려했다. 이어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 "다시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개성공단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동욱 공동위원장 또한 "개성공단은 이제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며 "이 정기가 남북 관계 개선에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학권 공동위원장은 그간 정부에 서운했던 감정이 모두 녹아내렸다고 했다. "그간 정돈되지 않은 룰 속에 있던 개성공단이 전날 회담을 계기로 확실한 제도를 갖게 됐다"며 "향후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을 남북 관계의 평화공간으로 여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7차 남북 실무회담이 타결된 지난 14일을 '제2의 개성공단 창립일'로 해야하지 않겠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배해동 공동위원장은 "합의문대로 개성공단이 어떤 정세의 영향도 받지 않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양국 정부가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가동되도록 빠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학권 위원장 또한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건 바로 공단 내 기계·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것"이라며 "당장 내일이라도 방북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창섭 공동위원장도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기업의 정상화는 명확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비대위에 따르면 개성공단 설비점검은 최소 10일에서 최대 1개월, 공단 정상화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린다.
이날 비대위는 오전 10시부터 바이어 재유치 및 기업 정상화에 대한 긴급 회의를 진행,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앞서 남북 양측은 전날 9시간의 줄다리기 끝에 5개 항으로 구성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를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