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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훼손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100년만에 모습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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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훼손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100년만에 모습 드러내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3.08.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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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100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현자락 한양도성은 경성·용산시가도(1912) 등에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곳으로 메이지 천황 등을 안치해 참배를 강요했던 종교시설 '조선신궁' 공사 때 훼손됐다.

해방 이후에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1959)이 건립되고 동·식물원 및 분수대(1970)가 설치되는 등 연이은 개발사업으로 한양도성 복원사업이 지연된 곳이다.

서울시는 남산 중앙광장 일대에 대한 발굴작업을 진행해 땅속에 묻혀있던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터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한양도성 터는 성곽 추정선 12곳 중 먼저 시굴에 들어간 분수대 근처 3곳이다. 지표면으로부터 3m 깊이에 4~5단 또는 6~7단 형태로 발견됐다. 성곽 기둥 구멍인 '영정주공'도 확인될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한 편이라고 시는 전했다.

공간유적이 함께 발견되지 않아 성곽 축조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형태 등을 봤을 때 조선 태조 때 축조된 후 세종 때 개축 등이 이뤄진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성곽 주변 단층면에서는 벽돌 등 건축폐기물도 발견됐다. 조선신궁 건립 당시 성곽을 일부 해체한 뒤 흙과 건축폐기물 등으로 메우고 그 위에 조선신궁을 지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한양도성 옆으로 조선신궁의 잔재로 보이는 특이한 콘크리트도 확인됐다. 이는 침략으로 인한 인류문화훼손 과정을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로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유리한 근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조선신궁은 남산 입구에서부터 폭 50m 길이 600m의 규모로 지어져 1925년부터 식민지 통치의 중심 공간으로 활용되다 1945년 9월6일 철거됐다.

시는 올 연말까지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구간에 대한 발굴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한양도성 추정선에 위치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청사를 철거했으며 남산분수대 등의 철거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현재 확인된 성곽과 추정 성곽의 위치가 거의 일치함에 따라 현재 '시굴' 단계에서 '발굴' 단계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는 3단계 구간에서 발굴된 한양도성 터를 보존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201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일제가 신궁건립으로 한양도성을 훼손한 역사적 장소를 발굴한 것"이라며 "아픈 역사지만 확인된 한양도성 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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