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가 상승으로 가격인상을 추진했던 우유업계가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대형마트와 더불어 편의점까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단 스톱'을 외칠 수밖에 없게 된 것.
지난 8일 우유업계 중 가격을 제일 먼저 올리기로 한 매일유업이 시행 당일부터 뒷걸음쳤다. 이에 9일부터 가격인상을 계획했던 서울우유와 동원F&B도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원유 가격이 ℓ당 106원 인상됐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
◇우유업계, 가격 인상에 목숨 거는 이유는?
우유업계는 원유 인상분에 인건비와 물류비, 유류비 등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유 등 물가 상승으로 우유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와 소비자단체들로부터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쳐 적절한 인상폭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에도 농협 하나로마트가 우유업계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제조업체의 인상안보다 50원 낮은 가격에 우유를 공급하면서 대형마트 3사도 이를 따라가게 된 것.
대형마트가 인하분 50원을 떠안은 것이 아닌 우유업계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유업계는 가격 인상을 타진하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2년 전 가격 인상 이후,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5년간 올리지 못한 유류비, 수도세, 전기세, 인건비 등도 당연히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원유 상승분인 106원(낙농가에 지불하는 액수)만 올라도 기존보다 세금이 늘어나는데 이같은 사안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우유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판매해도 영업이익이 3% 정도로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라고 정부와 소비자가 그렇게 반발하는데 여론을 거스르고 싶겠냐"고 토로했다.
◇'사면초가' 상황 맞은 우유업계
모든 상황은 우유업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우유업계의 우유가격 인상에 대한 적정성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우유업체 가격 적절성 여부를 조사중"이라며 "인상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가격인하 유도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또 소비자단체도 서울·남양·매일 등 제조업체 3사와 대형마트 관계자를 불러 원유 인상분인 106원만 올릴 것을 촉구하며,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경우 불매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는 엄포를 놨다.
대형마트업계에선 하나로마트가 지난 2011년과 같은 방법으로 '브레이크'를 건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원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국에 하나로마트가 값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특히 대형마트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편의점 업계도 일단은 우윳값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CU와 세븐일레븐, GS25 등은 "9일부터 올리기로 예정된 매일유업의 우유 판매가격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우유업계가 지난 1일 오른 원유 상승분(106원)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다. 우유업계는 현재 울며 겨자 먹기로 종전과 동일한 공급가로 유통사에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하루 1억원, 서울우유는 2억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유업계 전체가 감당하고 있는 손해는 일일 약 6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