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7월 17일 제헌절 당일 13시 20분경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198명은 태안군 안면읍 안면도 소재 사설(私設)·유사(類似) ‘해병대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 수영금지구역에서 어떠한 캠프교육 라이센스도 없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체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 와중에 23명이 파도에 휩쓸리게 되었고, 18명은 구출되었으나 5명은 싸늘한 시신으로 부모 품에 돌아오게 되었다.
○ 결국 어른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태인이, 우석이, 병학이, 동환이, 준형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 아이들에게 가족도, 학교도, 친구도, 웃음도 그리고 내일도 모두 빼앗아 갔다. 남겨진 가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 과연 이러한 인재가 사설 해병대캠프였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극히 일부의 잘못 인 것일까? 1980년대 초에 청소년 캠프 활동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 해 야영·수련활동에 참가한 초중고생이 100만명을 돌파하게 되었다. 당시 문교부는 ‘청소년 수련 및 야영활동 지침’을 통해 학생들의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명목하에 이를 적극 권장하였고 이것이 오늘날의 캠프 활성의 효시가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체계가 잡히기도 전에 전국 각지에 급조된 수련장·캠프장이 난립하게 되면서 장삿속에 우리의 꽃다운 학생들을 맡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빚어지게 되었다.
○ 해병대캠프를 운영한 업체가 미등록이라거나 당시 조교들이 무자격자라거나 사고 당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안 입었다거나 하는 것들은 부수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반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군대식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대를 사칭하거나 군대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이익을 챙기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집단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청소년 캠프 활동의 교육적 효과와는 동 떨어져 있다. 병영체험활동, 해병대캠프, 온갖 수련회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군대식 체험학습'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지시와 명령, 복종과 굴종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병영체험의 군대식 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진정한 ‘극기’와 ‘리더십’, ‘공동체 의식’의 출발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 금번 사태는 인재이며, 살인이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짖밟은 것이다. 애국심의 고취와 국가관 정립은 이러한 반인륜적이고 반교육적인 군대식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원한다면 정부당국은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여야 하고, 청소년 수련 및 야영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병영체험학습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말로만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떠들지만 말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이제는 제발 탁상공론에서 벗어날 때이다.
○ 천사 같은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지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며 부디 이 5명의 아이들이 더 없이 편안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