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44) 감독이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을 이끌고 2014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는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에서 2013년도 제2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2014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사령탑 후보 인선에 대해 논의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4명의 국내외 감독이 후보 명단에 올라있다. 그 중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회장, 부회장, 기술위원장이 참석하는 회장단 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초 차기 사령탑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온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후보 감독으로 월드컵 16강 이상의 경험을 갖춘 지도자를 물색해왔다.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4회 연속 선수로 참가한 경험이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코치로 활약했다. 비록 지도자로서 월드컵 16강 경험은 없지만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을 사상 첫 3위에 올려놓는 역사를 썼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고 적임자로 눈여겨 보고 수시로 러브콜을 보냈지만 홍 감독은 "아직 때가 아니다"며 극구 사양해왔다.
그랬던 홍 감독의 마음도 축구협회의 애정공세에 조금씩 열리고 있다.
홍 감독이 감독직을 맡을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 부회장은 "서로 교감을 가졌다"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꼽은 이유 중 한 가지는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이 브라질월드컵에 다수 참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강희 전 감독은 올림픽 멤버들을 적극 발탁해 최종예선에서 중용했다. 최종예선 6~8차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25명의 태극전사 중 올림픽 멤버가 8명이나 된다.
이범영 박종우(이상 부산) 김영권(광저우) 김기희(알사일리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을 비롯해 와일드카드였던 정성룡(수원)과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등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올림픽 멤버의 주장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와일드카드였던 박주영(셀타비고)까지 가세할 경우 더욱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된다.
홍 감독은 지난 2009년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그의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홍명보호'는 강했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조별예선을 2위로 통과한 한국은 8강에서 개최국 영국과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했다.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패했지만 마지막 3·4위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완파하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병역 면제 혜택까지 얻은 올림픽 신화의 주역들은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로 주목받았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며 기량이 한층 원숙해졌고, 대표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이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데 기여했다.
박주영은 지난 3월4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부터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3차예선을 포함해 6골을 터뜨리며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박주영을 비롯해 기성용, 구자철 등을 재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의 카리스마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선수 시절에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주장직을 항상 도맡았다.
1990년 한국 축구에서 수비수의 장을 새로 연 그는 2000년 일본의 가시와 레이솔 최초의 외국인 주장 완장도 찼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때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으며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도 얻었다.
홍 감독은 1992년에는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수비수 출신 MVP를 수상했다. 1995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뽑혔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흔들리는 수비 불안을 뜯어 고칠 적임자일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준비된 지도자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에는 U-20월드컵 사령탑에 올라 한국을 8강에 올려놓았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일궜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획득을 이끌어낸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러시아의 안지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차곡차곡 지도자 경험을 쌓은 홍 감독이다.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무대에서 런던올림픽 '황금세대'를 이끌고 또 하나의 역사 쓰기에 돌입할 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