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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親勞) 자처하는 민주당과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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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親勞) 자처하는 민주당과 안철수
  • 이원환기자
  • 승인 2013.05.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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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재보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앞두고 야권 재편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관계인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수를 친 쪽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이달 초 김한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부터 '을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이른바 갑의 횡포에 시달려온 대리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을'이란 표현을 시장경제체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로까지 적용시키면서 점차 노동계 전반으로 논의의 범위를 확대시켜왔다.

중도성향을 강화하겠다던 민주당이 오히려 좌클릭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에선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본격적인 외연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자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잠재적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안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안 의원은 지난 22일 정치학계 원로이자 '노동의 가치를 대변하는 좋은 정당정치'를 표방해온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는 이수봉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을 수석보좌관에 앉힌 데 이은 친 노동 인선으로 풀이됐다.

최 교수 영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반(反) 정당정치 성향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진보진영과 노동계급의 지지까지 확보하려는 일거양득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 교수의 진보성향과 자신의 중도성향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치권과 사회가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근로여건이 악화되는 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최 교수님의 원래 소신이며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노동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달 3일께 안 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무소속 송호창 의원, 참여연대 등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본 하도급업체·대리점주와 만나 간담회를 갖는 것 역시 친 노동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선 당시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에서 활동했던 학계 인사들 역시 안 의원의 친 노동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갑을 논쟁의 상당부분은 노동문제 아니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도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 노동과 고용의 불안"이라고 말했다. 고원 한국과학기술대 교수도 최근 한 모임에서 "노동을 사회적 기반으로 두는 정치세력화여야 한다는 데 굉장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민주당은 즉각 대응책을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 30일 원내 차원의 대책으로 '사람다운 생활을 위한 노동임금 태스크포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새로운 경제성장모델 도입, 소규모 영세사업장과 자영업자의 생활보장과 권익보호 등을 목표로 삼은 이 태스크포스에는 경제와 임금, 노동분야 전문가 출신 현역의원들인 김경협·김기준·김용익·박민수·은수미·홍종학 의원이 합류했다.

이들은 오는 8월까지 활동하며 세미나와 토론회, 원내지도부·정책위와 협조를 통해 하반기 국회 운영전략을 구상하고 입법전략, 협상전략, 홍보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요즘 노동문제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과 임금의 문제를 국민의 근본적인 생활 의제로 끌어올려 정치권의 보편적 의제이자 시대정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노동계를 향한 러브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전 원내대표는 보수진영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보다는 임금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중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안 의원간 '친노' 경쟁이 본격화되자 노동문제를 지근거리에서 다뤄왔던 진보정당은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를 지낸 심상정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인데, 그 얘기는 이제 노동문제가 진보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만이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 해결이 우리 민주주의 중심과제가 됐다는 얘기 아니겠냐"며 "노동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 관련 사안에서 진보정당이 민주당이나 안 의원과 연대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 노동 행보로 외연확대에 나선 민주당과 안 의원이 향후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진보정당과 연대를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인재영입 경쟁 양상을 띠던 민주당과 안 의원이 노동계 표심잡기로까지 전선을 확대하면서 향후 안철수신당 창당을 앞두고 야권재편 방정식의 체감 난이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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