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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19대 초선의원들…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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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19대 초선의원들…도대체 왜?
  • 이원환기자
  • 승인 2013.03.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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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뜻을 정치권에 반영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던 19대 초선 국회의원 147명이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특유의 패기로 정치권에 신선함을 불어넣던 과거 초선의원들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대다수 다선 중진의원들의 견해다. 정치선배들은 "우리 땐 저렇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왕년의 초선, 정풍운동의 진원지

과거 초선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내 정풍(整風) 운동의 진원이었다. 정풍이란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의 삼풍정돈(三風整頓, 당조직 정돈, 당원 교육, 당기풍 쇄신) 전략의 줄임말로 사전적 의미는 '문란해진 태도나 기질을 바로잡는다'이다. 정치권에서 정풍은 '당 쇄신을 위한 인적 청산'으로 풀이된다.

과거 초선의원들의 정풍운동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당시 신한국당 초선 의원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뭉쳐 '쇄신'을 외쳤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3년 말에는 한나라당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을 주축으로 쇄신운동이 벌어졌다.

2010년 6월 한나라당 김성식·구상찬 의원 등 초선 의원 50명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세종시 및 4대강 사업 민심 수용 등을 요구하며 목청을 높였다. 2011년 4월에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홀로 반대표를 던져 정부와 여당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차단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말 정동영 현 민주당 상임고문이 소위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연대로 최고 실세였던 권노갑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같은해 민주당 내 개혁파 초선의원인 정범구·이종걸·정장선·송영길·김성호·장성민 의원 등은 '새벽21'을 결성해 당정 쇄신을 요구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패한 뒤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초선의원 10여명이 참여정부 시절 총리, 장관, 당 의장 출신 등 친노 세력을 포함한 상당수 중진을 지목, 백의종군과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요즘 초선, 눈치 보기 급급

그러나 19대 국회의 초선의원들은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여러 모로 위축된 기색이 역력하다.

총선에서 당선된 뒤에는 공천을 준 당 지도부 눈치를 보느라 바빴고,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는 대선후보경선을 거치며 어느 유력주자에게 의탁할지를 놓고 고민했으며, 대선 후에는 당 지도부의 정부조직법 협상에 누가 될까봐 몸조심 하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은 수직적인 당내 의사결정 구조 탓에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대선 패배 후 안 그래도 어수선한 당 분위기에 당내 분란까지 일으킨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숨을 죽이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18대 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든 아니면 반대로 이 대통령을 비판하든 초선의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했었는데 요즘은 조용하다.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세태를 비판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도 "의원총회 때 초선의원들이 다들 말을 잘 안하고 쳐다만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보수논객인 변희재씨도 트위터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물론 심지어 이명박 정권 때도, 대통령 힘으로 당선된 초선 의원들 진성호, 권택기 등등 몸 던졌습니다. 그런데 유독 박근혜 성은으로 배지 단 새누리 초선들, 어떻게 한 놈도 안 나와요. 이름 다 적어놓고 심판해야 합니다"라며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초선의원들을 비난했다.

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친노무현계 등 당내 여러 계파들의 계파 공천으로 의원직을 얻은 초선의원들은 정치개혁 방안을 고안하기보다 계파 수장의 의중을 헤아리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초선의원 모임을 통해 정치쇄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잇따른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이마저도 유야무야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선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초선의원들은 대선 전엔 승리를 위해 의견 표명을 자제했고, 대선 패배 후엔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인 목소리가 당에 분란을 일으킬까 우려하며 숨죽여왔다. 한 초선의원은 "당의 큰 질서를 가급적 깨지 않으려 했다"고 고백했다.

◇위기감 엄습한 초선, 변화 가능할까?

대선 후 3개월이 지나자 여야 초선의원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듯한 분위기다. 어느새 4년 임기의 4분의 1이 흘러갔지만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초조해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은 선배의원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요즘은 향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당내 선배의원들과 상의하는 초선의원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초선의원 76명으로 구성된 초선정치모임(초정회)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을 향해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 타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우선 새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조한 후에 잘못을 따지는 것이 순서"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또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여부를 놓고는 "민주당은 새 정부가 미래부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클릭 한 번을 통해 언론사 기사를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런 지적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당의 최대 문제점으로 떠오른 계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초선의원 50여명 중 33인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금번 전당대회마저 친노·비노 경쟁, 계파 간 갈등, 선거책임 논쟁으로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배타적인 의사결정, 왜곡된 여론형성, 불공정한 나눠먹기식 인사 등의 폐해를 낳는 당내 계파정치는 이제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우리는 당내의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뒤 "당내 유력인사들도 우리 초선의원들을 포함한 지역위원장이나 핵심당직자들을 더 이상 계파로 묶거나 줄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전당대회 방향도 정해졌으니 이제 초선들이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초선이 계속 계파 지도자나 당 지도부를 따를 게 아니라 초선답게 여러 가지 행동을 실천에 옮기고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들어 초선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처럼 나오고 있으나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평가돼온 여야 초선의원들이 19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혁신선언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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