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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대들고 교사는 때리고…황폐해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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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대들고 교사는 때리고…황폐해진 교실
  • 강승우 기자
  • 승인 2012.11.0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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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현장에서 사제(師弟)간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현 교육 현장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멍들고 있는 교육현장 = 2일 경찰에 따르면 합천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A(58)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이 학교 5학년 B(12)양 등 4명에게 수업태도가 불량하다며 '발목을 잡고 서 있어라'는 벌을 줬다.

하지만 벌을 서던 학생들이 웃으면서 장난을 치자 A씨는 학생 한 명을 손으로 밀었고 마침 옆에 있던 B양이 함께 넘어져 사물함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쳤다.

화가 난 B양은 A씨에게 'XX야, 뭔데 때리느냐.', '우리 엄마가 학교 운영위원이다'는 등 폭언과 함께 A씨의 다리를 차고 몸을 때리며 대들었다.

이에 A씨는 B양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같은 반 학생이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가 삭제했지만 이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퍼진 후였다.

또 지난달 25일 오전 창원의 모 중학교 3학년 체육수업을 하던 중 임시 체육강사 C(40)씨가 D군을 고무 재질의 야구방망이로 때려 D군의 학부모가 C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D군은 고막이 파열되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C씨는 이날 체육시간 중 D군에게 공을 달라고 했으나 D군이 공을 발로 차며 가져오지 않고 대들자 D군을 때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C씨는 지난달 29일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학교를 그만뒀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D군의 학부모에게 사과했으며 학부모도 이에 고소를 취하했다"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C씨는 D군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의 씁쓸한 자화상 = 실제 대다수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제31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5월9일부터 4일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및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스승의 날 기념 교원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가장 주된 이유'의 질문에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29.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21.1%)', '학생의 교과지도 및 잡무의 어려움(14.0%)'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명 중 8명은 교직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직 만족도 및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1.0%가 '대체로 떨어졌다' 또는 '매우 떨어졌다'고 대답했지만 만족도 및 사기가 '상승했다'는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4년간 교원의 교직 만족도와 사기가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 현장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며 일선 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로의 이해가 부족해" = 일각에선 이 같은 사례가 교사와 학생 간의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E(45)씨는 "부모인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때와 비교해 지금의 교육환경은 너무 변했다"며 "체벌이라는 개념이 예전에는 '사랑의 매'였지만 지금은 '폭력, 폭행'과 동의어로 해석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도내 한 고교 교사 F씨는 "교육현장에 임하는 모든 교사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학생과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교사도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학생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며 학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형래 경남도 교육의원은 "이런 문제가 교사와 학생 간의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특히 교사들이 어른으로서 여유를 가지고 학생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교사는 여유와 애정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하는 교육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과 시도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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