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했다.
허 전 행정관은 전국경제인연합을 강요해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운영·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6일 허 전 행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위반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허 전 행정관은 지난달 19일 같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허 전 행정관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조윤선, 현기환, 박준우 전 정무수석도 공모한 것으로 적시했다.
허 전 행정관은 전경련을 압박해 회계년도 기준 2014년 21개 단체에 24억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원, 2016년 23개 단체에 10억원 등 총 69억원을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전 행정관은 특정 정치성향 단체를 지정해 전경련에게 자금지원을 강요했으며, 이 지원금은 사업계획과 무관하게 집회·시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허 전 행정관은 해당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금지원을 지속해왔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고, 지원대상 단체와 금액에 대한 전경련의 반대의사를 묵살했다.
또 청와대는 또 전경련에게 분기별 집행현황 보고를 강요하고 자금 집행을 독촉하기도 했다.
심지어 청와대는 전경련이 일부 단체 관계자의 자금 횡령사실을 발견하고 증빙자료 요구했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계속 자금을 지원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실제 입사 2년차 전경련 실무자가 한국대학생포럼의 자금지원 관련 보고서 부실을 문제삼자, 전경련 상부를 압박해 좌천성 인사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이런 일을 벌이는데 허 전 행정관이 주요하게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허 전 행정관은 보수단체의 관제시위를 조직한 혐의도 있다.
허 전 행정관은 지난 2015년 10월 전경련에게 무조건적인 월드피스자유연합 자금지원을 지시해 다음해 3월까지 1억20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전경련의 자금지원을 안겨준 허 전 행정관은 구체적으로 시위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28일까지 허 전 행정관은 월드피스자유연합의 국회 앞 야당의원 비판시위 등 20건의 시위에서 사용될 성명서를 직접 수정하는 등 개입했다.
또 월드피스자유연합 안모 대표로부터 37명의 야당 국회의원 지역구에 한정된 세월호특조위 해제촉구 시위 계획을 보고받고, 야당의원 28명 낙선운동 등을 진행하면 수시로 연락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후 청와대 상급자와의 공모·지시관계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