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열흘이라는 사상 최장 기간의 추석 연휴로 주택대출을 받는 수요 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연휴 동안 개인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용대출은 폭증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3조2342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6442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액이 2조5887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36% 가량 축소됐다. 최근 5개월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된 측면도 있겠지만 10월 추석 연휴가 한달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길다보니 상대적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서울시 전역과 과천, 세종시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을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한도를 40%로 강화한 바 있다.
다만 주택대출 둔화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해 아직까지 정부의 대책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신용대출은 올들어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7729억원 늘어난 95조62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신용대출이 653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한달새 1조8382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명절 기간 동안 외식비나, 여행비, 가족 용돈·선물 비용지출로 늘어난 카드값 결제 등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통상 명절을 앞두고는 상여금 지급 등으로 신용대출 규모가 줄지만, 명절 이후에는 늘어난 소비 탓에 다시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도 최장 닷새간의 추석 연휴를 보낸 9월 주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이 2445억원에 불과했지만, 다음달 증가액은 1조9170억원으로 뛰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택대출을 받을 길이 막힌 일부 차주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가계빚’을 잡기 위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추가로 마련된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는 향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10월에는 추석 연휴가 길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반면 마이너스 통장 사용 등이 늘면서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대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