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모(20)양은 지난해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생활을 할 예정이었다.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으로부터 추가합격 통보를 받았기 떄문이다. 그러나 한양은 현재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양이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기숙사 문제가 한양의 서울 상경을 가로막았다. 한양이 추가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날이 바로 기숙사 신청이 마감됐기 때문이다.
기숙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한양은 복수지원한 다른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재수생 김모(21)군은 지난해 원하던 대학에 3차로 추가 합격했다. 김군의 추가합격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등록기간안에 등록금을 내지 못한 탓이다.
고액의 등록금도 문제였지만 등록금을 모두 현금으로 내야한다는 점이 김군에게는 매우 큰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왔다.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 박군은 이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대입 정시모집 미등록 충원이 시작된 가운데 추가 합격자들의 서러움이 커지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입학하지만 추가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등록기간은 물론 기숙사 입학과 학자금 대출 등 최초합격자에 비해 혜택의 폭이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는 현실 때문일까. 추가 합격한 신입생들의 볼멘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정시에서 대학들이 예비 합격자를 충원하는 미등록 충원기간은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다. 대학들은 합격자 미등록 또는 합격포기로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예비후보 순위대로 추가 합격자를 발표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추가 합격자 등록기간을 무리하게 잡고 있다는게 이유다.
추가 합격자는 최초 합격자보다는 등록기간이 짧다. 문제는 추가 합격자 순위가 뒤로갈수록 등록기간은 더 짧아진다는데 있다. 심하게는 발표 당일 등록까지 마감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지정된 기간안에 등록하지 않으면 합격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또다른 대학에 등록금을 납부한 상태라면 해당 대학에 등록 포기각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학교나 학과마다 등록포기 신청 방식도 달라 등록기간을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추가합격 여부를 홈페이지를 통해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3차 추가 합격자 이후에는 수험생들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녹취한 후 다음 후보자에게 순서를 넘기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휴대전화 변경이나 연락두절에 대한 책임은 수험생들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
추가 합격자들은 학자금대출도 쉽지 않다. 심사가 지연돼 합격이 취소되는 사례도 심심치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우선 등록금을 납부한 후에도 학자금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학측도 가급적 선납부 후신청을 권하고 있다.
추가 합격자들은 기숙사 입사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추가 합격자들은 기숙사 신청이 불가능하다. 최초 합격자의 등록기간에 맞춰 입사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기숙사 신청이 마감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참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많은 대학들이 추가 합격자 발표를 OT 날짜보다도 훨씬 뒤에 하고 있다는게 이유다.
학생들은 추가 합격자들에 대한 학교측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대학의 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 'a**'는 "추가로 합격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숙을 하고 있다"며 "소수의 학생들에게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quf****'는 "지난해 미대에 지원해 추가합격 다음날까지 등록금을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때까지는 도저히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등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 'k******'는 "추가합격 전화를 못 받으면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가냐"며 "불안해서 전화기를 항상 품에 안고 다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기획팀 구안규 팀장은 "입시정원을 충원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추가로 기간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반대로 다음 발표를 기다리는 다음 대기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제도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