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30대 A씨는 요즘 불안하기만 하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음식점 사장은 "매출이 계속 안 좋으면 인원을 줄여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A씨는 "일자리를 옮겨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서울 신사동에서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B씨는 고민이 크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부터 매출이 반토막났고, 룸 예약도 거의 없다시피해서 직원들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B씨는 "오래 함께 일을 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이대로면 가게가 망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란법 시행과 경기침체가 겹치며 일부 업종의 고용절벽 우려가 현실화됐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송년회 등으로 한창 대목이어야 하는 12월이지만 저녁 술자리가 줄어들며 식당과 주점 등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10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음식점과 주점업 종사자는 93만879명으로 지난해 10월(96만946명)보다 무려 3만67명이 줄었다.
음식업과 주점업 종사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더 줄어들 전망이다. 평소같으면 성수기인 연말 송년회 시즌이 됐음에도 김영란법, 경기침체, 혼밥·혼술 트렌드 등 악재가 겹치며 대부분의 식당과 주점들이 매출 부진에 몸살을 겪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외식산업 총정리'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30일이 지난 후 5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5%가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업종 중에서는 '일식'의 타격이 심각했다. 전체 일식당의 90.7%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매출 감소율도 51.1%에 달해 법 시행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식당(70%)과 한식당(64.9%)의 매출 하락도 높게 나타났다. 한식 중에서는 육류구이 전문점(80.7%), 한정식(76.9%), 일반한식(50%)이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의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고 국내외 경제여건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푸드테크를 적극적으로 접목해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인원 투입량에 비례하는 서비스 속도와 고객만족에 집착하지 말고, 능력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운영의 효율화를 꾀하는 것만이 과당경쟁이 만연한 외식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음식업과 주점업 등의 경영 부진으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대부분 식당에서 서빙, 주방일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이라는 것이다.
지난 5일 통계청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월 소득 기준 하위 10%인 극빈층의 올해 3분기 가처분소득은 71만7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6% 줄었다. 이는 2003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외식업계 고용절벽이 현실화됐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 등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