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6개월간 지주사 전환 포함한 기업구조 개편 검토"
첫 행보는 인적분할…적은 재원으로 지분 확보할 시나리오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9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향후 6개월 동안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구조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의사를 처음으로 공식화했지만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을 피하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는 것이 '인적분할'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향후 6개월 뒤 내놓을 지주회사 전환의 첫 단계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이 될 첫 행보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한된 자금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가총액 220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직접 지분매입으로 강화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 개인이든 삼성물산 법인이든 모두 녹록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투자부문)과 사업회사(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자문을 받아본 결과 지주회사로 가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야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삼성생명(7.55%, 이하 보통주 기준) 삼성물산(4.25%)과 이건희 회장(3.54%), 이재용 부회장(0.77%) 등 삼성 측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8.4%다. 인적분할 단계에서 모든 주주는 분할전 지분율만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보유한다. 따라서 삼성 측은 지주회사 지분 18.4%와 사업회사 지분 18.4%를 가진다. 이렇게 되면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건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삼성은 "회사 분할 시 삼성전자의 모든 자산을 배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관계사 보유주식 배분, 재무구조 검토 및 전략, 운영, 법률, 세제, 회계 등도 굉장히 복잡해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결국 인적분할 절차를 밟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분 1%를 확보하기 위해선 2조3592억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두 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밟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간 합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간 합병은 향후에 결정될 것으로 봤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의 문제"라며 "지금 시점에서 논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을 뿐 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긍정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선 당장 하겠다고 밝히기 힘들다는 판단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하면 삼성물산→삼성전자홀딩스→삼성전자사업회사로 연결되는 옥상옥 지배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홀딩스가 합병하는 과정은 긴 호흡으로 바뀐 것일 뿐 삼성물산의 투자포인트는 변화가 없다"며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금산분리법에 따라 5%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전자 지분간 주식교환(스와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양 연구원은 "삼성물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전자 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는 지주사의 분할비율이 높을수록 분할 직후 경영권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삼성물산과 시가총액 격차가 확대돼 합병을 추진할 때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