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신흥아시아펀드 평균수익률 28.45%…선진국 펀드는 마이너스
신흥국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브라질(35.07%)과 러시아(26.34%), 태국(22.54%), 인도네시아(19.84%), 필리핀(17.82%), 베트남(12.87%), 인도(8.40%) 증시는 글로벌 평균 지수 상승률(5.43%)을 크게 웃돌며 줄줄이 상승했다. 이같은 증시 강세에 최근 3주간 신흥국펀드에 67억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선진국펀드에서는 228억달러가 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주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상태인 데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부각되고 있어 이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에 대해 내수 회복에 따른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며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했다.
◇신흥국 증시 강세…글로벌 자금 왜 몰리나
1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펀드는 올해 들어 48.84%의 수익률을 거뒀다.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뒤를 이어 러시아펀드는 21.93%, 신흥아시아펀드는 14.59% 올랐다. 반면 북미(-0.61%)와 일본(-13.05%), 유럽(-3.84%) 등 선진국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같이 신흥국펀드 수익률이 선진국펀드를 대폭 앞지르며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가면서다. 투자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의 7월 세계 경제 동향 보고서(WEO; 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실물 경제에 미칠 충격은 신흥국보다 선진국에서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IMF는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렸지만 신흥국의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환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단기 충격은 안정됐지만 중장기적으로 펀더메널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고 성장성이 부각되는 시장으로의 쏠림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신흥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상태인 데다 선진국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이 부각돼 이같은 신흥국 증시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선진국 지수 대비 신흥국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65~75% 수준으로 할인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신흥국의 제조업 호조가 이익 개선으로 연결돼 신흥국 주당순이익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강화되면, 밸류에이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부상
전문가들은 특히 아시아 신흥국에 대해 소비 성장세에 따른 내수 회복으로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며 비중을 높이라고 말한다.
미래에셋대우 최진호 연구원은 "과거 신흥국 증시 고점 시기에는 유가 반등 모멘텀이 원동력이었으나 최근 유가 약세 흐름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 신흥국 증시를 견인했던 외부요인이 약화되면서 신흥국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 탄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흥국 시장을 사는 전략보다는 신흥국 가운데 내수 회복이 안정적인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을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최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젊은 인구구조와 높은 소비성향, 중산층의 성장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선진국의 소비 증가율을 웃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입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반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역시 아시아 신흥국의 소비 확장에 주목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의 소비 확장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신흥 아시아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경제성장에 중산층이 넓어지고 기초생활비 외에 재량 지출 부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소비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 아시아 신흥국 랠리의 변수
하지만 대외부채 비중이 높은 일부 아시아 신흥국의 경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신증권 김영일 연구원은 "미국의 연준 통화정책 방향이 다시 금리 인상으로 향하게 된다면, 대외부채 비중이 높은 일부 아시아 신흥국은 자본 유출 위험이 확대되고 고환율과 고금리 환경에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 신흥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확대되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지역인 만큼 3분기 중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일시적인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외환보유액 대비 대외부채비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309%에 달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금이 유출될 위험이 크다.
다만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완화로 당분간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최진호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노이즈가 확산되면 신흥국 투자심리의 훼손으로 작용하겠지만, 당분간 선진국들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개선세도 단기 모멘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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