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우며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민원처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각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소통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민원상담은 행정기관 민원서비스 통합 원칙에 따라 접수하는 신고민원포털과 해당 경찰서에 대한 각종 민원, 경찰관 칭찬 등을 올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 등에 할 수 있다.
자유게시판에는 경찰청이 아닌 해당 경찰서에 직접 알리고 싶은 민원들이 종종 올라온다.
그러나 해당 민원을 처리하는 절차나 규정이 없을 뿐더러 해당 부서로 넘어온 민원사건도 처리가 늦어 '소통'이 아닌 '불통' 게시판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내 A와 B 경찰서는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민원사항을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서모씨는 지난해 말 A경찰서 소통광장에 글을 남겼다.
서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핸드폰 사기를 당했는데 거주지에 진정서를 접수하니 피진정인이 개설한 은행의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해줬다"며 "인터넷으로 보니 해당 계좌는 몇 번이나 사기에 동원된 계좌라 여러명이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할 경찰서가 A경찰서라 분명 이첩이 되었을텐데 조치가 되었다면 또다른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이 시간에도 사기꾼은 아이디를 바꿔가며 동일한 사이트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며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 글이 접수된 후 A경찰서 민원실은 서씨의 민원을 진정서와 관련된 내용을 담당하는 수사지원과로 보냈다.
A경찰서 민원실장은 "민원실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담당자를 모르니 일단 해당 부서로 넘겨준다"며 "수사과와 관련된 일은 수사지원과에 형사업무와 관련된 일은 형사지원과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수사지원과는 사이버수사대의 해당 수사관에게 사건을 보냈다.
담당 수사관은 민원인에게 연락을 해 진정서를 제출받고 지난 12일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B경찰서는 민원실에서 민원글이 올라오면 모두 프린터로 출력을 해 접수를 한다. 인터넷 민원담당도 따로 두고 있다. 형사에 대한 불친절 내용이 접수되면 청문감사관실에 보낸다.
그러나 C경찰서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C경찰서 민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민원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괄적으로 관리를 한다"며 "자유게시판에는 칭찬하는 글이나 사적인 내용이 많이 올라온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이 있긴 하지만 많지 않은 편"이라며 "시스템상 답변을 달 수 없어 민원인이 나와 있는 경우 전화를 해 국민신문고에 다시 올릴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 B 경찰서가 직접 관련 부서로 민원을 접수하는 것과는 달리 바로 국민신문고를 이용하도록 유도 하는 것이다.
D경찰서는 한 여관의 장기투숙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여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힘들다며 단속을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지만 해당 부서 책임자는 이와 관련된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여관은 D경찰서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최모씨는 지난해 12월11일 D경찰서에 민원글을 올렸다.
최씨는 "며칠간 숙박한 여관에서 주인이 40~50대 아줌마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며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곳에서 성매매를 해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니 점검하고 단속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여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를 분석하면 젊은 아줌마들이 들락날락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며 "불법 행위가 맞다면 행정조치와 형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원글이 올라온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담당 부서장은 성매매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D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해당 여인숙 성매매와 관련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민원게시판에 올라 온 것이냐?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D경찰서 민원실의 이야기는 또 달랐다.
민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에 민원글이 올라오면 접수를 해 서면으로 출력하여 관련부서에 인계한다"며 "홈페이지에 답변을 달 수 없기 때문에 연락처가 있으면 관련 부서에서 7일 이내에 직접 전화를 해 답변과 함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고 밝혔다.
며칠뒤 다시 해당 부서를 찾자 계장은 "처음 질문 했을 때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애매한 답을 한 후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담당 수사관은 "현재 사실 확인 중"이라며 "해당 여관 성매매는 중요하지도 않은 사건인데 어떻게 다 기억하냐"며 "담당 수사관 외에는 계장이 모르는 사건도 많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편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게시판이 결국 경찰서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010년부터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올라오면 경찰청에서 각 경찰서로 분류해 전송한다"며 "자유게시판은 관할 경찰서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