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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그 오래된 작은 광장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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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그 오래된 작은 광장을 엿보다
  • 김종철 기자
  • 승인 2014.10.2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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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22일부터 31일까지 구청 1층 특설게시판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2014 사진전, ‘골목과 마주하다’』 개최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자동차와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세워진 지금의 차가운 골목은 본래 골목의 모습이 아니었다.

구릉지가 많은 성북구에는 집과 집 사이마다 골목이 존재해 때로는 아이들의 놀이 장소로, 때로는 어른들이 막걸리 한 사발에 시국을 논하던 장소로, 때로는 연인들의 비밀스러운 데이트 장소로 언제나 정(情)을 한가득 품은 채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한 때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던 인생의 선배이자 우리네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골목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2014 성북사진전, 『골목과 마주치다』가 22일부터 성북구청 1층 특설게시판에서 주민들을 기다린다.

 

이번 사진전은 성북구사진가회와 아리랑미디어센터,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지역 내 4개 대학교와 3개 고등학교 사진동아리, 성북구직원 사진동호회, 성북구 주민 등 57명의 주민들이 사전회의를 거듭하며 주제선정부터 전시방향과 사진촬영, 사진전시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주민들이 촬영하거나 간직해온 잊혀진 골목의 추억들은 600여 점이 넘었다. 이 중 142점의 옛 추억들이 구청 게시판에 걸렸고, 정감 있는 내레이션으로 사진전시에 흥미와 감동을 더했다.

2013년에도 성북구는 ‘돌아보라! 그리고...’ 사진전으로 성북구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 오랜 시간 성북에서 살아온 주민들 뿐 아니라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로부터도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골목과 마주하다’ 사진전은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고리인 골목에 담긴 소박한 정(情)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상기시키고 무심코 흘려보냈던 추억을 곱씹게 한다.

좁고 울퉁불퉁한 옛 골목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주민들은 “어린 시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말뚝박기와 술래잡기를 하고 뛰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올라가기 부담스럽기만 한 높은 계단도 예전에는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르곤 했다“며 그 시절 그 느낌을 기억해냈다.

개인사정으로 사진전에 출품하지 못한 아리랑미디어센터의 회원들의 안타까운 표정, 지금과는 사뭇 다른 예전 골목의 모습에 놀란 어린 학생들의 감탄어린 표정도 이번 사진전을 빛내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사진전을 기획한 관계자는 “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예쁘게 단장하기도 하고 깨끗이 정비되기도 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동네 개구쟁이들의 낙서와 무수한 행인의 숨결이 담겨있다. 꾸미지 않은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은 광장’과 같은 골목의 정을 많은 주민들이 함께 관람하고 기억을 어루만져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리는 비록 잊었지만 오랫동안 함께해 사람 냄새 가득한 골목이 기억하는 우리들의 삶 이야기, ‘골목과 마주하다’ 사진전은 오는 31일까지 10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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