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0 15:49 (금)
'17세 아저씨' DJ 김광한, 여기는 대한민국 1970㎑
상태바
'17세 아저씨' DJ 김광한, 여기는 대한민국 1970㎑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1.12.15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의 DJ 김광한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전시회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낙 이 나라에 전설이 많아서 실감은 나지 않아요. 그래도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강한 문화흐름에서 사라져 가는 DJ를 다시 불러낸 점은 감개무량하네요. 하하하."

올해로 45년차인 '전설의 DJ' 김광한(65)은 여전하다. 정갈하면서도 기운 넘치는 목소리와 여유 있으면서도 활기찬 몸짓이 그대로다. 무엇보다 왕년의 톱 DJ다운 자신감이 나이를 무색케 만든다.

"1980년대 후반 '쇼 비디오자키'는 '웃으면 복이 와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MBC 독주를 막은 KBS 프로그램이었어요. 팝송 전문 DJ인 저를 MC로 내세워 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격파한 거죠. 그간 소리로만 전하던 팝송을 당시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영상과 함께 처음으로 소개했는데 다들 깜짝 놀랐죠. 그렇게 스타가 탄생한 것이죠. 껄껄."

김광한은 '최연소 팝송전문DJ'로 유명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66년 우리나라 첫 FM 전파를 내보낸 서울 FM방송에서 DJ를 시작했다. 방송사 운영난으로 100여회를 끝으로 첫 DJ생활을 마감했으나 1979년 당시 방송 DJ계의 독보적 존재인 박원웅(70)이 진행한 MBC FM '박원웅과 함께'에 게스트로 나서면서 다시 DJ의 길을 걷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아 1980년 TBC FM에서 '탑 튠 쇼'로 마이크를 다시 잡은 것이다.

 

 

▲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의 DJ 김광한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전시회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언론통폐합으로 TBC는 KBS로 합병, 김광한은 다시 DJ 자리를 잃는다. 행운의 여신은 그러나 결국 그의 편이었다. 1982년 2월 KBS FM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로 '인기DJ 김광한'의 시대를 열게 된다.

이런 그가 세종문화회관 전시실1에서 '여기는 대한민국 1970㎑'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대한민국 방송DJ 1호' DJ 최동욱(75), '별이 빛나는 밤에' DJ 박원웅과 함께 '전설의 DJ와 함께하는 추억의 음악실' DJ를 맡고 있다.

빌보드 차트가 매주 신문에 실리던 예전과 달리 최근 팝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예전 DJ들이 소개한 팝송을 듣고 자란 세대가 이제 음악을 만들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예전 팝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이 팝이다. 한국의 팝이 해외의 팝을 대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너무 상업적이고 지나치게 컴퓨터를 많이 사용한 음악이 많은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의 DJ 김광한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전시회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히, 10대를 위한 아이돌 음악이 범람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존 레넌과 팝그룹 '웸'의 조지 마이클이 10대 음악이 판을 치면 그 나라의 대중음악이 죽는다고 했어요. K팝이 잘 되고는 있지만 그 성과를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죠.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나 보고 말지, 과연 음반을 사고 있느냐는 것이죠. 문화라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K팝 인기를 너무 맹신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냉정하게 따져보고 다음을 준비하자는 거죠."

MBC TV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엠넷 '슈퍼스타K' 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도 지적했다. "이것 역시 쏠림 현상 중 하나인데 상업주의가 문제가 된다"는 판단이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주목 받은 임재범 역시 궁하니까 프로그램에 나왔던 것이지 뭐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고 출연을 결심했던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다.

김광한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인터넷 검색은 물론 페이스북 등 최신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능숙하다. 청년들의 고장난 컴퓨터도 자신이 고친다는 김광한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예전과 똑같이 먹고 입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의 DJ 김광한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전시회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첫 쇼비디오자키, 음악평론가, 팝칼럼니스트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말은 '열일곱살 아저씨'다. "항상 열일곱살 때의 마음으로 음악을 듣고 생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진수성찬, 예쁜 여자보다 음악이 좋아요. 아직도 턴테이블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데, 여운이 오래가거든요. 허허."

인천 교통방송·인터넷방송(cafe.daum.net/popdacom) DJ와 남양주 '김준 재즈클럽'에서 음악 DJ 겸 감독을 맡고 있는 김광한은 "예전처럼 전국을 순회하면서 야외 등지에서 DJ쇼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아프고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자선음악감상회인 '김광한의 음악대학'을 확대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라디오DJ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1920년대 미국에서 처음 라디오가 탄생했을 때 DJ 혼자서 모든 것을 맡았다"며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대본도 쓰고 기계도 만지고 연출도 했다. 그런데 요즘 DJ들은 전문DJ라기보다 인기인이다. 음악을 곁들이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라고 여겼다.

 

 

▲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의 DJ 김광한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전시회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야 DJ로서 모든 것을 누린 사람이라 여한이 없지만 전문DJ가 많이 늘어나야 해요. 멀티미디어에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직종이 DJ거든요. 멀티미디어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데 라디오만큼 이를 자극하는 미디어가 없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의 힘을 느꼈으면 해요."

한편, 경향아트·한국근대문화연구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생활상을 한 데 모았다. 라디오와 해적판 LP, 낡은 통기타, 구멍가게, 문방구, 만화방, 연탄가게, 이발소, 교복가게, 음악다방 등을 내년 2월28일까지 만날 수 있다. 02-737-197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