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10 10:36 (목)
밀양 송전탑 농성장 2곳 철거…곳곳 몸싸움
상태바
밀양 송전탑 농성장 2곳 철거…곳곳 몸싸움
  • 안지율 강경국 강승우 김기진 기자
  • 승인 2014.06.11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 2곳이 철거되면서 이를 막는 주민들과 공무원간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경남 밀양시는 11일 오전 6시부터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공사장과 인근 위양마을 127번 공사장 등 2곳에 설치된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공무원들은 장동마을 입구에서 영장을 제시한 후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확성기를 들고 "우리도 살고 싶다. 제발 돌아가 달라"며 가로 막았다.

20여 분간 반대 주민과 공무원간 실랑이가 벌어졌고 공무원 100여 명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움막이 설치돼 있던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현장에는 주민과 수녀,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관계자 등 130여 명이 움막 내부와 외부를 둘러싸고 움막을 철거하려는 공무원 및 경찰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행정대집행을 하려는 공무원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동한 경찰에 의해 움막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경찰은 움막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진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스스로 물러난 사람은 없었다.

20여 분간 몸싸움과 실랑이 끝에 움막에 있던 사람들은 결국 강제로 해산됐으며 일부 주민이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런 가운데 움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움막 앞뜰에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천막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가 있었다.



2m 깊이 규모의 구덩이에는 여성 주민들이 상의를 벗은 채 쇠사슬로 몸을 묶고 '사람'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구덩이 한편에는 LP가스통 2개가 발견되면서 순간 놀란 경찰관들은 황급히 가스통을 빼앗아 구덩이 밖으로 들어냈다.

당초 경찰은 움막에 LP가스통과 휘발유, 시너 등 폭발성 있는 인화성 물질 등이 준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구덩이 밑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자 순간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다행히 폭발 사고와 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고 주민들은 격렬히 저항을 하다 여경 등 경찰관에 의해 구덩이에서 들려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상의를 벗은 상태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있어 움막 철거에 1시간 넘게 걸렸다.

129번 농성장을 철거한 공무원들은 곧바로 인근 위양마을 127번 공사장에 설치돼 있는 농성장 철거에 나섰고 오전 9시30분께 철거를 마쳤다.

경찰은 이날 철거 과정에서 여경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박모(70·여)씨를 현행범으로 체포, 6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경찰이 움막을 둘러싸고 고착시킨 상태에서 주민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쓰러졌고 한 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철거 과정에서 수녀들과 연대자들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면서 수녀 2명이 후송됐다"고 반발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번 농성장 철거로 인해 밀양 송전탑 공사 대상 지역이 69곳 전역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공사재개 이후 8개월만에 미착공된 5곳에서 공사를 시작하면서 공사 대상지역이 69곳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미착공 대상지는 산외면 101번, 상동면 115번, 부북면 127번, 128번, 129번 등 3개면 5곳이었다.

한전은 "오늘 공사에 착수한 송전탑 5곳 중 3곳이 집중돼 있는 부북면 평밭마을 다수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져 큰 충돌 없이 움막을 철거할 수 있었다"며 "이로써 밀양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93%인 28개 마을과 공사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합의한 평밭마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반대 농성을 해왔던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의 대표적인 마을이었다.

특히 마을 논 한가운데에 철탑이 들어서는 곳으로 반대가 극심했던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전원이 합의를 하면서 최근까지 공사 반대 활동을 벌였던 상동면 여수·고정마을, 그리고 평밭마을까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합의가 되지 않은 마을은 상동면 고답마을과 모정마을 등 2곳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