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첫 재판(공판준비기일)이 참사 56일만인 1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살인죄 적용 여부 등의 쟁점 부각에 앞서 침몰사고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수소(受訴)법원인 광주지법은 10일 오후 2시부터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 15명에 대한 (기일 전)공판준비절차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현재 이 사건의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승객을 버려두고 탈출한 선장 이씨 등에 대해 '부작위'(不作爲·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것이냐의 여부다.
검찰은 선장 이씨와 1등 항해사 강모(42)씨, 2등 항해사 김모(47)씨, 기관장 박모(55)씨 등 4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나머지 선원 11명은 유기치사, 유기치상,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또 선장과 사고 당시 운항지휘를 맡았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는 구호조치 없이 탈출한 선원들로 인해 승객 수백여 명이 사망한 점으로 미뤄 업무상 과실치사· 선박 매몰·유기치사·수난구호법 등의 혐의 입증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와 무기징역이 가능한 특가법상 도주 선장 및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은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형법 제18조는 '부작위범'에 대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작위범은 각종 법령이나 계약에 의해 일종의 '보증인' 역할이 부여된 사람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해당된다.

검찰은 인명구호 의무가 있는 선장 등이 통신시설을 이용해 승객에게 대피안내를 할 수 있고 해경과 어선 구조선이 도착한 상황임에도 자신들만 탈출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퇴선시키지 않을 경우 익사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도 살인죄 적용의 근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쟁점의 부각과 정리도 중요하지만 앞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 침몰 및 구조 당시의 각종 상황, 향후 조치 등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재판 과정에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규명, 이를 통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피해자 가족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의견진술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 앞에 약속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리가 낱낱이 알아야 한다. 사소한 사항 하나 하나 모두 밝혀 달라. 그리고 이 사실들을 토대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또 "이 재판은 그렇게 가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 첫 걸음이다"며 "부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달라. 우리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 달라. 피고인들을 엄정하게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대표는 법정에 소환된 피고인들에게 "꼭 진실을 말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