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현상 수배가 내려진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검찰은 여전히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형사범에 대한 신고포상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인 현상금 5억 원까지 내걸었지만, 유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뒤 현재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실제 살아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처럼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검찰과 유 전 회장의 쫓고 쫓기는 일전은 지난 19일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인근 비밀 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급습했다.
하지만 음식물 등 머문 흔적만 확인했을 뿐 유 전 회장 부자를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성과라면 유 전 회장 현재 모습이 나와 있을 수 있는 별장 폐쇄회로(CC) TV와 다음 행선지를 추측할 수 있는 신도 목록과 연락처 등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고령인 유 전 회장이 금수원과 가까운 수도권 인근 신도 집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는 사이 수사망을 뚫고 유유히 빠져나간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에서 은신한 흔적 만을 남긴 채 또다시 사라졌다.
검찰이 지난 25일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전남 순천의 송치재휴게소 인근 가정집을 급습했을 때도 유 전 회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유 전 회장과 쫓고 쫓기는 일전에서 매번 허탕을 치는 검찰 꼴이 말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 전 회장은 매번 흔적만 남긴 채 홀연히 사리지고 있지만 검찰은 여전히 유 전 회장 꽁무니만 쫓기 바쁘다.
유 전 회장은 검찰의 저인망식 추적이 시작된 뒤 단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쫓는 검찰 위에 나는 유병언이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회장이 다시 금수원에 들어가 구원파 신도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유 전 회장이 이미 밀항에 성공해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면서 검찰 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 덧 한 달 반이나 지났는데도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는 유 전 회장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검찰은 신병 확보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유 회장을 숨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순천 등 인근 전남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추적 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핵심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들을 상대로 유 전 회장의 행방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또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선 구원파 내부의 결정적인 제보를 기대하고 있다.
유 전 회장 검거가 이번 주말을 넘길 경우 이번 수사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며 호언장담했던 검찰이 수사 장기화 기로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