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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예견된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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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예견된 참사'였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4.05.2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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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인력 턱없이 부족… 시설물 법적기준 미비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와 간호조무사 등 2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요양병원의 안전 관리·대책이 근본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주로 치료를 받는 요양병원인데도 근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물 기준이 미비해 법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령화와 치매환자 증가 등으로 요양병원이 난립하면서 안전점검은 불어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30인 이상 시설을 갖추고 하루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만 있으면 개설할 수 있다.

병상 수 산정에 따라 환자와 직원 수, 입원·진료실, 시간당 취급환자 수 등을 따지는 일반병원과 비교해 설립 기준이 느슨하다.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1284개로 2008년말(690개)보다 5년여 사이 2배로 늘었다.

그러나 안전관리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요양병원 근무 기준은 입원환자 40인당 의사 1명,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6인당 1명이다. 당직근무는 이보다 더 완화돼 200병상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1일 기준으로 3교대인 근무 환경을 고려하면 야간에는 2명 정도 근무를 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인력 배치 기준과 더불어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물 기준과 소방훈련, 안전점검도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설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 요양병원과 중소병원도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돼 규제 심사를 받고 있지만 늑장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소방훈련과 안전점검은 연 1회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점검은 촘촘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증 과정에서 평가하는 '화재' 관련 5개 조사 항목은 '화재 안전관리 활동 계획이 있다'··'직원은 소방안전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내용을 이해한다' 등으로 대부분 계획과 교육 여부 정도만 따지는 수준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참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병원의 허술한 안전조치와 인력부족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병원시설이 화재발생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시설재로 지어지고 야간에 여성 1인이 30~40명의 환자를 돌볼 정도로 환자를 돌보기 위한 인력이 부족했던 점 등 복지부가 인증한 요양병원의 안전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은 환자, 보호자, 노동자 등 다중이 24시간 상주하는 곳으로 감염, 전염, 화재, 전기공급, 산소공급, 냉난방, 방사능, 위험의약품 등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형 인명사고를 피할 수 없다"며 "노인환자·거동불편환자·치매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전면적인 안전재점검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도 "해당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요양병원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으며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실시한 의료기관인증평가 또한 통과한 곳"이라며 "전국의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언제든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요양병원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리시스템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한 요양병원 평가에서는 간호인력 1명당 환자수가 15.6명에 이르는 등 의료법에도 미달하는 의료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상당수 있음이 밝혀졌다"며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비롯한 요양병원의 부실한 관리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인력 기준과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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