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또다시 맞붙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신도 6명이 잇따라 검찰에 체포되자 구원파 신도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강제 진입을 두고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검찰과 구원파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7일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을 향해 "법 무시가 금도(襟度)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이날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서 모여 집단행동을 다시 시작한 것을 두고 "유 전 회장을 조속히 출석시키고, 금수원에 모인 신도들이 자진 해산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면서 "범인도피나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단할 방침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번 검찰의 경고는 구원파 신도들의 제보에만 의존한 채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이 진행됨에 따라 수사 주체인 검찰이 구원파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구원파 신도들의 여론전에 휘말리지 않고,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검찰은 구원파 신도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준 전남 순천에서 음식점 주인 부부를 체포한 것을 두고 구원파 측의 반발과 관련해 "이들은 오래된 구원파 신도들로 유 전 회장에게 은신 별장을 제공한 사람들"이라며 "남편 변모(61)와 부인 정모(56)씨를 노부부로 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전날 구원파 신도들은 유병언 전 회장을 지키겠다며 검찰과의 전면전을 다시 선언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없지만 있더라도 최후까지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밝혀주는 사람에게 유병언 전 회장 현상금과 같은 5억 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김기춘 비서실장 관련 현수막을 떼달라는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이태종 구원파 임시 대변인은 "10만 성도가 하루씩 유 전 회장을 숨겨줘 결국 모두가 다 잡혀가게 된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특정 종교를 대상으로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고, 구원파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 전 회장에 대한 현상수배가 내려진지 벌써 엿새째가 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유 전 회장 검거가 장기화 될 경우 검찰과 구원파의 두 번째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