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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상 손 놓은 정부…생계 막막한 차주·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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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상 손 놓은 정부…생계 막막한 차주·화주
  • 최태용 기자
  • 승인 2014.05.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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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차량과 화물을 실은 차주(車主), 화주(貨主)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가 적하보험(차량 등 화물 피해 배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보상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 구상권 청구 대상인 청해진해운마저 파산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선보상, 후 구상권 청구' 계획을 밝힌 이후에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세월호 참사의 2차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21일 "더 이상 회사를 이끌어갈 수 없다. 채권단을 구성해 압류와 워크아웃 등을 요청한 상태"라며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청해진해운의 총자산은 330억원, 보유한 배 4척은 24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를 담보로 170억원을 대출받았다.

사상 초유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호 피해 보상금으로는 턱 없는 액수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온전한 보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세월호는 적하보험마저 가입하지 않아 생업 수단을 잃은 차주들은 피해 보상은 제쳐두더라도 당장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세월호에 본인 소유 트레일러를 싣고 탄 양인석(49)씨는 "내 차는 헤드만 2억2000만원에 꼬리(프레임)만 1억원이다. 매달 차량 할부금만 300만원씩 내고 있고 앞으로도 2년을 더 내야 한다"며 "차를 잃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보상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이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양 씨는 현재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와 정형외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병원비는 해운조합이 지급보증을 서 부담이 없는 상황이지만 매달 일정한 돈이 나가는 상황에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양인석씨는 해양수산부에서 생활안전자금 63만원을 한 번, 보건복지부·지자체 공동으로 지원한 긴급생활지원자금 34만원을 세 번 받지만 가정의 생계를 꾸려 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바다에 빠진 차량이 대부업체에 담보로 잡혀 있어 등록 말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생존자들에 대한 보상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에서 화물운송업체를 운여하며 세월호에 트레일러 2대를 실은 이원희 씨도 "세월호에 직원 2명이 타고 차량 2대를 실었지만 아직까지 보상에 대한 아무런 말이 없다"며 "조속한 피해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나는 파산하게 된다. 한달 넘게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피해자인 직원 2명도 곧 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에 각종 화물을 실은 화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십수억원 상당의 비료공장 부품을 실었던 제주도의 한 비료업체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보상과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난 한달 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장을 증개축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물거품이 됐다.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고 발생 36일째인 시점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상액 산정은 물론 '구조 우선' 논리를 내세워 지원 방안 마련에도 손을 놓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1일 "차량 등 화물과 관련한 보상 방안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사고 수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 보상 규모에 대해 "아직 계산을 못해봤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됐으면 각 분야별로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피해보상 대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이곳저곳에 문의해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명구조 외 나머지 피해에 대해 현황조차도 파악하지 않는 것은 정부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세월호 피해보상을 위해 사고보상지원본부를 가동, 무료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민간 소비자단체다.

조 대표는 "지금이라도 여타 피해에 대한 피해규모와 현황을 파악하고 피해보상 대책에 각 분야 전문가와 민간기구를 참여시켜 신뢰받는 피해보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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