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객선 세월호의 상습적인 '화물 조작'에 청해진해운 뿐 아니라 항운노조와 화물 하역작업권을 가진 해운사 등도 무더기 관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화물 과적'이 지적되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뉴시스는 과거 항운노조 근로자 A씨가 '세월호의 여객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투명한 화물적재'를 요구하며 항운노조를 상대로 1인 시위를 벌였던 사실을 확인해 단독 보도한 데 이어 12일 '화물 과적'개입 의혹을 사실로 볼만 한 청해진 해운의 하역작업을 담당했던 항운노조 간부인 작업반장 B씨의 당시 녹음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B씨는 지난 9일 인터뷰 당시, 이 근로자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던 모습과 달리 A씨의 주장과 같이 '화물량을 축소시켜 여객선에 적재하는 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B씨는 "예를 들어 인천항운노조에서 트럭 1대에 내려져 여객선에 실린 화물중량을 10.300t으로 책정해 제주로 보냈지만 실질적인 화물량은 20t 보다 더 나간다"고 말했다. 이는 화물량을 과소 책정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었다는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 B씨는 "인천에서 남모 부장 (청해진해운 간부)이 화물중량 책정을 좌지우지 한다"며 "업체와 항운노조간 계약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며 화물량 책정의 구조적인 문제도 꼬집었다.
B씨는 "이익을 위해서는 화물량을 솔직하게 맞추기 어렵다. 업체(청해진해운)도 벌어먹어야 하고 우리도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 같은 '차떼기' 방식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내용의 발언도 했다.
특히 녹음이 이뤄진 장소에는 작업 반장인 B씨뿐 아니라 항운노조 간부인 사무장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청해진해운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여객선의 하역작업을 한 항운노조와 하역작업권을 가진 D 해운사가 조직적으로 화물 적재량을 속여 왔다는 주장을 지난해 4월 제기했었다.
최근 뉴시스와 통화에서 A씨는 "여객선에 실리는 화물인 경우 중량과 용적 중 큰 것으로 화물량을 책정하게 되는데 세월호 등 청해진 해운 여객선에 운반된 25t 화물트럭에 실린 화물인 경우, 일괄적으로 25t으로 책정했다. 실질적인 화물 용적톤수는 40~50t 또는 그 이상이 되지만 일괄적으로 양을 맞추는 일명 차떼기 방식으로 화물량을 축소해 적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철근, 목재 등이 아닌 잡화물인 경우 용적톤수의 약 5분의 1 정도가 화물 중량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25t 화물로 책정하게 되면 서류 목록상 화물이 5t으로 책정됨에 따라 적재량을 줄여 화물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결국 청해진해운과 항운노조, D 해운사 등이 조직적으로 여객선에 실리는 화물량을 실제보다 적게 책정함에 따라 규정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세월호에 실을 수 있어 과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항운노조 근로자도 "청해진해운이 아닌 다른 여객선사인 경우 화물량이 실제량보다 적게 책정되면 항운노조 임금협정서에 따라 추가 작업비를 정확하게 청구했지만 유독 청해진해운에는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추가 작업비를 청구하지 않았다)"며 "작업일지를 확인하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들은 "화물 중량을 축소하면(하역량을 실제보다 적게 책정하면) 노임 손실이 크기 때문에 제주항운노조 위원장에게 부당함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운노조의 경우 하역작업반장이 화물중량을 책정하면 사무장이 이를 결재하고 최종적으로 지부장이 결재하게 돼 있는데, 이 같은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항운노조 간부들도 '화물 조작'에 관여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