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생산 나서냐가 ‘기술 경쟁력’ 바로미터
독주 vs 반전…SK하이닉스·삼성전자 막바지 담금질
이르면 내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시장 패권의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번 HBM4는 누가 더 많은 양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먼저 공급을 시작할지도 관심사로 보고 있다. 이번 경쟁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 경쟁을 넘어 업계 표준을 누가 주도하는지의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HBM4 생산 준비를 마치고, 이르면 2월부터 HBM4 초기 양산 및 선별 공급에 돌입할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누가 먼저 주문 생산을 시장에 알릴지에 쏠린다. 첫 납품 업체가 엔비디아 차세대 칩 ‘루빈(Rubin)’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의 ‘레퍼런스(기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역사상 최고의 흥행 가도를 기록 중인 ‘HBM’는 제조 난도가 높아 각 회사 역량의 집합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패키징 기술을 채택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HBM4는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다. 특히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 HBM 하단의 ‘베이스 다이’에 로직(Logic) 공정이 처음 적용된다. 전 세대 HBM과 복잡성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은 특정 업체의 HBM4에 맞춰 GPU가 최적화될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엔비디아의 HBM 품질 테스트의 경우 복잡성이 다른 제품보다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제덱(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고온, 고압 등 극한의 환경에서 장시간 검증을 거쳐야 한다. 또 엔비디아 자체적인 테스트는 물론 TSMC, 협력사, 고객사 등 다양한 계층에서 시스템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해서 한번 시작하면 경우에 따라 반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제품 차별화 포인트를 메모리에서 찾고 있다는 점도 메모리 업계 기술 경쟁이 뜨거운 이유 중 하나다.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는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의 AI 자체 칩 개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메모리 업계에 대한 요구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HBM4의 제덱 표준 속도는 8Gbps지만, 메모리 업체들이 이를 뛰어넘는 11.7Gbps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투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에 따라 HBM4 주도권이 달렸다”며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이어질지, 삼성전자가 반전을 거둘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