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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라도 듣길…' 희생자 유족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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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라도 듣길…' 희생자 유족 못다한 이야기
  • 노수정 기자
  • 승인 2014.04.28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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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늘은 어땠어? 오늘 밤 언니 꿈에 나타나줘. 너무 보고 싶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경기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유족들이 써놓고 간 메시지들이 추모객들을 울리고 있다.

분향소 설치 엿새째를 맞는 28일 오후 3시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 1층에 마련된 추모 메모판에는 알록달록 크고 작은 수십만장의 추모글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특히 희생자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남긴 메모지에는 가슴 절절한 사연과 기적의 생환을 바라는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22일 장례를 치른 고(故) 양모(17)양의 언니는 동생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우리 ○○ 오늘은 어땠어? 너무 보고 싶다…○○야 오늘 밤 언니 꿈에 나타나줘. 언니가 정말 미안하고 사랑해…사랑을 주고 또 줘도 모자랄 ○○야 편히 쉬어. 내일 또 올게'라고 적었다.

김모(17)군 어머니는 '사랑하는 우리 ○○,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재미있게 지내고 엄마 맘 안 아프게 해줘…사랑한다 ○○야'라고 썼다.

다른 김모(17)군 유족의 글에서도 자식을 지키지 못한 비통한 마음이 느껴졌다. 유족은 '○○아 미안하고 사랑해. 그곳에선 컴퓨터 실컷하고 맘껏 놀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유족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다른 글에도 턱 끝까지 차오른 그리움과 미안함이 한자한자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내 피같고 살같은 새끼, 미안하단 말밖엔…안녕' '엄마 한번 보고 가라 아빠는 견디겠다' '엄마가 울어 형…' '사랑하는 내 아들 부디부디 돌아와주기 원한다' '이쁜 내 동생 김○○ 사랑해, 언니가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푹 쉬자' 등 유족들의 글을 본 추모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쏟았다.

추모객들도 '어른이라 미안하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길' 등 고인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적어 붙였다.

지난 23일 문을 연 임시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 152명과 교사 4명, 일반 탑승객 3명 등 159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돼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17만422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이날 자정까지만 올림픽기념관 임시분향소를 운영하고 29일 오전 10시부터는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조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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