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원센터가 멈춘 지 어느덧 1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위탁업체인 서희건설의 무책임한 파산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끝이 보이지 않는 법적 공방은 우리 구에 막대한 재산 손실을 남기고 있다.
더욱이 장기간 방치된 시설은 주민 안전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고, 이 와중에 환경감시단 활동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까지 겹쳐지고 있다.
환경감시단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환경자원센터 주변지역 주민 지원 조례' 제22조에 따라 주민 7명으로 구성되어 2년 단위 계약을 맺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단원 중 일부는 내년 7월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동대문구청은 이들의 활동을 올해 말로 최종 종료하고 남은 기간의 근무시간도 하루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해 교대 근무로 전환하겠다고 통지했다.
이는 제32차 환경보전협의회 회의를 통해 공식 의결된 사안이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임금 삭감과 근무시간 단축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들이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인 만큼, 이들은 다분히 ‘보복성 조치’로 보인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집행부는 해당 조치가 협의회 의결에 따른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근로계약이 아닌 위촉 형태로 운영되어왔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화재로 환경자원센터가 기능을 상실해 더 이상 감시단을 유지할 실질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의 존속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본 의원은 환경보전협의회 당연직 위원이자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갈등 상황을 지켜보며 여러 차례 중재를 시도해왔다. 무엇보다 양측 입장을 모두 이해하기에 결국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느낀다.
집행부가 공문을 통해 행정절차를 이행한 점은 절차적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되지만, 사안의 민감성, 특히 당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임을 고려했다면 충분한 대화와 설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환경자원센터 화재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동대문구청이 당초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집행부가 즉각 계약을 종료하지 않고 환경자원센터 운영 중단과 별개로 1년 넘게 상황을 지켜보며 이들을 일정 부분 배려해온 점 또한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반대로 환경감시단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같은 문제 제기, 권리 주장 또한 그 취지와 문제의식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어갈 여지가 남아있었음에도 갈등이 곧바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법적 판단을 구하기에 앞서,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통해 조정과 협의를 거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갈등으로 판단된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는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다시 대화의 통로를 여는 데에 있어야 할 것이다.
행정은 결국 사람을 향한 일이다. 단순한 공문 처리나 절차만으로는 주민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서로의 입장 차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과정들이 쌓일 때 비로소 행정은 신뢰를 얻고 공동체는 갈등을 넘어설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동대문구의 행정과 주민 모두가 법적 절차에 앞서, 충분한 대화와 조정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되새겨지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 지역 공동체의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