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3%라는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 호조도 이어지면서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보다 1% 이상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3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 잠정치)이 1.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8일 공개된 속보치 1.2%보다 0.1%포인트 올랐고, 2021년 4분기 1.6% 이후 15분기 만에 최고 성장률이다. 지난해 1분기 1.2%를 찍은 뒤 마이너스 성장을 오가던 한국 경제가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모습이다. 3분기 성장 내용은 투자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내수를 견인했고, 수출까지 호조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다만 교역조건 악화와 국외 소득 감소 여파로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소폭 감소하는 등 일부 제약 요인도 드러났다. 특히 건설·지식재산·설비투자 등에서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이번 성장의 주요 견인차는 단연 내수였다. 내수 기여도는 1.2%포인트로 전 분기 0.4%포인트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민간 소비가 3년 만에 최대인 1.3% 증가했고, 정부 소비 역시 1.3% 늘었다.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2.6% 늘었고, 건설투자(0.6%)도 여섯 분기 만에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수출도 반도체, 자동차의 호조에 힘입어 2.1% 성장하며 순수출(수출 - 수입)이 전체 성장에 0.1%포인트 기여를 했다. 하지만 민간 소비 증가의 주요 요인이 13조 원 규모의 ‘소비 쿠폰’이라는 점에서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소비 쿠폰은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일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2%)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 시급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Super Cycle │ 장기적인 상승 추세)’ 진입에 따라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을 재개한 것처럼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12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가 91.9로 전월 96.8보다 4.9 포인트 하락하면서 2024년 4월 이후 1년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 정도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건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1월 28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8.7을 기록해 3년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BSI는 100을 넘으면 전월보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2월 전망치는 전월 94.8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에는 미치지 못해 기업들의 부정적 경기 인식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1월 BSI 실적치는 98.1로 집계돼 2022년 2월 91.5 이후 3년 10개월 연속 100 아래에서 머물렀다.
정부는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현금 살포식 소비 진작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 & D) 투자, 인프라 확충 등 생산적인 영역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3분기 ‘깜짝 성장’의 기운을 내년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각별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 급선무이자 첩경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에 국내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액도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섰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2월 1일 발표한 ‘2025년 11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6% 증가한 172억 6,000만 달러다. 이는 지난 9월 이후 최대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높은 수요가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면서 9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액은 1,5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가 한 달 남아 있는 시점이지만 기존 연간 최대 수출액이었던 지난해 기록 1,419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11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한 610억 4,000만 달러, 수입은 1.2% 증가한 513억 달러, 무역수지는 97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과 관세 부담으로 대다수 제조업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0원 내린 1,468.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특히 환율 및 관세 안정화 노력과 함께 주력 업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지원책 등을 활용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