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전문의들이 단원고의 수업 재개 방침에 대해 "심리적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당부글을 발표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3일 '슬픔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자료를 내놓고 "단원고의 수업 재개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육청이 바라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재난 심리 전문가들이 설득한 부분이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 중 생존자들은 살아있음에 기뻐하기보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1, 3학년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며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은 많았지만, 남겨진 아이들 곁에서 격려하고 너희들이 안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학교를 폐쇄하고, 무기한 수업을 연기하자는 말도 나오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 다시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위로할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학교가 없다면 어디서 그런 것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회는 "아이들이 원래 있었던 곳, 있어야 할 곳에 다시 나와 함께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말할 수 있게 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게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너희와 함께 하겠다고 어른들이 약속해야 한다. 함께 이 고통을 이겨나가자고 다짐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단원고등학교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의 바람.
▲학교는 하루 빨리 일상을 되찾아야 합니다
-회복과 치유의 장소로 학교만큼 좋은 곳은 없으며 학교 말고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단순히 수업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치유를 위해 학교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교사가 먼저 튼튼해져야 합니다. 교사들 또한 휴식이 필요한 사고 당사자라는 사실을 주지하여야 합니다.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인정하고 돌아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정규 수업에 앞서 심리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아이들의 정상적인 애도 반응을 돕고, 심리적인 과각성 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교육과 상담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희 회원들은 이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집중관리 대상자를 선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사고 생존자 아이들, 그리고 1학년과 3학년 아이들 중 사고의 실종자∙사망자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아이들과 같이 심리적 외상이 클 것으로 염려되는 학생들에 대한 선별이 필요합니다. 선별 후에는 상당기간 동안 일대일로 아이를 돌보며 긴밀하게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 추가 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학교 내 추모공간을 아름답게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학교는 추모의 글귀, 자원봉사자로 어수선합니다. 이런 상태를 정리하고 대신 아이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친구들을 그리워할 수 있도록 학교 내 가장 소중한 곳에 추모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어른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들 역시 가정에서 아이들을 돕고, 위험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방법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육은 현재 생존자 아이의 부모를 대상으로 먼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학교 전체 부모를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