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8일 저녁 7시, 안성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찾아가는 민원신문고’ 제41차 자리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안성시의회 최호섭 운영위원장(국민의힘)과 함께한 이 자리에 참석한 세입자 10여 명은 계약이 끝났음에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이 묶인 현실을 털어놓았다.
입주민 B씨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믿고 들어왔는데 계약이 끝난 지 몇 달이 지나도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일부 세대는 보증보험이 전액이 아닌 60%만 가입돼 있어, 40%의 보증금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설명도 없이 작은 글씨 동의서만 내밀었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보증금이 묶이면서 신혼부부나 영아를 둔 가정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지원제도를 이용하려면 기존 전세금을 정리해야 하는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대출 신청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 세입자는 “출산과 동시에 이사를 계획했지만 돈이 묶여 대출 자격마저 잃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감독기관과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청 주택과에 문의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답만 돌아왔고, 지역 국회의원실에도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건설사 사정이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받았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서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호섭 운영위원장은 두 시간 넘게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해당 법인을 단정적으로 ‘사기’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세입자들이 겪는 피해는 분명 존재한다”며 “안성시청 주택과와 함께 피해 규모를 면밀히 조사하고 보증보험 이행 절차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보증 문제나 계약서 특약 삽입의 적법성은 법률 검토를 통해 확인하겠다”며 “즉각적인 해결은 쉽지 않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국토교통부와 중앙정부에 전달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의원의 책무”라고 약속했다.
이번 사례는 보증보험 의무가입, 표준계약서 사용 등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서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를 보여준다. 주민들은 “정기적인 재무점검과 일부보증제 폐지, 임대사업자 공적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호섭 운영위원장은 “시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찾아가는 민원신문고를 통해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담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