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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라도 아껴야"…식권 중고 거래 활발에 '주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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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라도 아껴야"…식권 중고 거래 활발에 '주의' 요구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17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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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뷔페·구내식당 등 개별 판매
식당보다 저렴해…개인 거래 활발
판매 목적 구매·할인권 주의해야
▲ 16일 '고시촌'으로 유명한 한 지역의 온라인 카페에서 '식권'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거래글이 보이고 있다. (사진=온라인 카페 갈무리)
▲ 16일 '고시촌'으로 유명한 한 지역의 온라인 카페에서 '식권'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거래글이 보이고 있다. (사진=온라인 카페 갈무리)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김승현(20)씨는 지난해 식권을 구매해 이른바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김씨는 "식사할 때가 마땅치 않을 때 괜찮은 것 같아서 한 번에 사서 자주 이용했다"면서 식권이 많이 남으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남은 식권을 개인 간 거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개 식권은 많이 살수록 저렴하지만, 유효 기간 등 문제로 모두 사용하지 못해 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다. 판매자는 사용이 어려운 식권을 판매해 불필요한 식권 낭비를 막고, 구매자는 저렴한 식권을 구해 한 끼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식권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한 유명 식당의 1회 이용 가격은 현금으로 7500원이지만, 식권 100장을 구매하면 6270원까지 낮아졌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해당 식당 식권이 5000~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식권 93장을 49만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한 장에 5269원 꼴이다.

대개 한식 뷔페 형태로 나오는 고시식당은 저렴하지만,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오래전부터 인기다. 중고거래시 더 저렴한 가격에 식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시 준비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시식당 식권을 사고판다. 한 온라인 카페는 '식권거래해요'라는 장터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고시 준비생만 식권을 거래하는 건 아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퇴사, 이직 등 다양한 이유로 직장이나 인근 식당의 식권을 판매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한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는 한 놀이공원 직원식당의 식권 구매 글이 올라왔다. 구매를 희망하는 이는 "식대가 따로 나와서 식권을 구매해서 사 먹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서 올려본다"고 적었다. 8120원짜리 식권을 7000원에 구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월에는 모 회사 식권 500장을 275만원에 판매하는 글이 올라왔다. 남아서 싸게 올린다며 놀이공원 식당 식권 70장을 49만원에 판매하거나, 파견 근무로 기존에 갖고 있던 식권을 처분한다며 50장을 30만원에 판매하는 이도 있었다. 한식 뷔페 식권을 장당 1200~1500원 저렴하게 판매하는 글도 많았다.

실제 사용 의사가 없으면서 판매할 목적으로 기망한 게 아니라면 이런 개인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식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전문적으로 판매할 때는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있는 한 인쇄소는 "식권 판매·고가매입"을 적어두고 인근 식당 식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개인 간 중고 거래가 위법하거나 안 될 거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전문으로 판매할 때는 소득신고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구매한 본인만 쓸 수 있게 하는 등의 체계를 만드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부인 가격으로 판매한 식권을 외부인이 구매해 이용할 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장윤미 법무법인 메타 변호사는 "식당에서 내부인 가격을 달리해서 판매했는데, 외부인이 이를 구매해 이용한다면 법적으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저렴하게 사려면 대량 구매를 하게 되는데 해당 식당이 폐업하면 구제받기 힘든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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